"우리는 '하나의 도시'를 만들 겁니다. 더 공정하고 정의롭고 진보적인 곳을 향한 우리의 행진, 그 사명은 오늘부터 시작됩니다."
미국 진보정치인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떠오른 빌 더블라지오(52) 신임 뉴욕시장은 1일 뉴욕시청에서 거행된 취임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더블라지오 취임사의 키워드는 다섯 차례나 언급한'불평등'이었다. 뉴욕시의 불평등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말도 네 번이나 했다. 그는 뉴욕을 찰스 디킨스의 소설 '두 도시 이야기'에 빗댔다. 디킨스에게 프랑스 혁명기 파리와 런던이 그랬던 것처럼 더블라지오에게는 지금 뉴욕이 바로 부자와 빈자, 엘리트와 보통사람으로 양극화된 '두 도시'라는 이야기다. 더블라지오는 "우리는 희망에 생명을 불어넣고 '하나의 도시'로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자들을 향해 "많은 것을 요구해서 성공을 벌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자증세 규모를 '스타벅스 커피값'에 비유했다. 더블라지오는 "연간 50만~100만달러를 버는 사람들은 연간 973달러의 세금만 더 내면 된다"면서 "이는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서 매일 '두유라떼' 작은 컵 한 잔 마시는 것보다 적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12년 재임 동안 연봉 1달러씩만 받고 6억5,000만달러의 사재를 뉴욕시를 위해 쓴 부자인 전임 블룸버그 시장도 이 대목에서 말없이 박수를 보냈다.
뉴욕타임스는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취임이 미국 진보의 부활을 예고한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다문화 코드와 함께 부자증세, 대기업 세제 혜택 폐지를 통한 사회ㆍ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내세워 20년 만에 민주당 출신 시장이 됐다. 민주당은 그가 부자증세로 뉴욕의 불평등에 기여한다면 11월 중간선거가 더 진보적인 분위기로 바뀔 것으로 기대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실용 노선에 실망을 감추지 않던 진보진영은 더블라지오를 새로운 희망으로 반기고 있다.
뉴욕이 "세계의 많은 대도시들에게 북극성 역할을 해왔다"는 점도 이 신문은 언급했다. 1994년부터 8년간 재임한 루디 줄리아니는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뉴욕의 이미지를 바꿨다.이어 블룸버그는 친기업 성향의 교육 정책과 실내금연, 비만방지를 위한 탄산수 판매 제한 정책 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새 시장의 앞날이 밝기만 한 것만은 아니다. 부자증세를 위해서는 주정부와 주의회 승인이 필요하다. 경찰국장에 줄리아니 시장 시절 범죄와의 전쟁을 주도한 윌리엄 브래턴을 임명하고, 민주당 실용 노선을 대표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취임식을 주재토록 한 것이 현실과 타협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날 취임식에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찰스 슈머 상원의원,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도 참석했다. 취임식에 초청된 시민 5,000여명 가운데 1,000명이 서민이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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