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12년간 인구 800만명의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을 이끌었던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임기를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블룸버그 시장은 전날 정상근무를 마치고 오후 5시 11분쯤 집무실을 나섰다. 그는 복도에서 숫자 108 모양의 거대한 황금색 풍선과 마주했다. 108대 시장과의 이별을 위해 직원들이 준비한 것이다. 직원과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한 그는 "오늘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어떤 날이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시청 바깥에 도열한 소방대원들의 환송을 뒤로 한 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앞서 오전 9시쯤 종교계 지도자들과 만나는 마지막 공식 일정에서 9ㆍ11테러 3개월여 만에 임기를 맡기 시작한 것을 떠올리며 "더 나은 뉴욕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 일했던 것은 내 인생 최고의 특전이었다"고 뉴욕시장으로 보낸 12년이 자신의 삶에서 갖는 의미를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차기 행정부에 최고의 여건을 물려주고 떠난다"며 "뉴욕시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시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9ㆍ11테러 극복 과정에서 치안을 대폭 강화해 범죄율을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개선했지만, 무차별적 불심검문으로 인한 인권침해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뉴욕의 경제를 되살렸으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비만과의 전쟁'을 통한 건강 개선으로 시민들의 기대수명을 높여 뉴욕을 세계적인 장수촌으로 만들었지만, 시민들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간섭하는 '보모 정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청사를 떠나면서도 "오늘 밤 11시 59분 59초까지는 시장으로서 전화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1일 취임해 뉴욕을 이끄는 빌 더블라지오 후임 시장에게는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행하시오"라는 내용의 짤막한 편지를 남겼다고 한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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