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숙청 이후 북중관계최룡해가 중요인물 된 지 오래장성택 처형에 반감 커도 간섭은 '내정'북한, 중국외 대안 없어 변화 없을 것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일본 군사력 증강 탓 지역긴장 고조일본만 겨냥했는데 한국은 중국 겨눠 싫어한다던 일본과 보조 이해 안돼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 적신호미중 관계 현주소대립연상 'G2' 미·중선 안 써미국, 방공구역도 일본과 달리 대응중국 비판하는 듯 보여도 매우 친밀
"적의 친구는 적인데 한국은 (방공식별구역 문제와 관련해)일본 편에 섰다. 중국과 어떻게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겠나."
중국의 국제관계 전문가인 추수룽(楚樹龍ㆍ56) 칭화(淸華)대 공공관리학원 국제전략과발전연구소 부소장은 한국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킨 건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추 교수는 미국 역시 예정대로 조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을 이행하는 등 "한국 보다 일본과 더 친밀한데도 일본과 같이 행동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9일 베이징(北京)의 칭화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북중, 한중, 미중 관계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북한의 장성택 숙청 뒤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중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으로 보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북한의 중요한 결정은 이미 김 제1위원장이 내리고 있었다. 장성택이 지금까지 경협 과정에서 해 온 일도 모두 김정은의 승인 아래 진행된 것이다. 더구나 북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도 장성택이 아니라 최룡해 인민해방군 총정치국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지난 6월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난 이는 최룡해다. 김 제1위원장을 가장 많이 수행하는 이도 최룡해다. 이미 최룡해가 북중 관계를 다 맡고 있었는데 장성택이 사라졌다 해서 북중 관계에 무슨 변화가 있겠나. 더구나 북한에겐 현실적으로 중국 외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북한은 중국에 대해 불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의 죄목을 보면 한마디로 중국에 너무 잘해 줘 숙청하게 됐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당신이 김 제1위원장이라면 중국을 대신해 어느 나라와 손을 잡을 수 있겠는가."
-이번 사건에 대한 중국인의 반감이 크다.
"중국인들이 느끼는 반감은 국제 사회의 반감과 같은 것이다. 특히 중국인은 최고 지도부에 오른 이를 처형이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제거하는 것에 대해 역사적 경험상 '절대반감'을 갖고 있다. 지금은 21세기다."
-그런 반감이 북중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는가.
"심리적으로는 반감이 크지만 공식적으로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중국 외교부가 '내정'이라고 규정했다. 내정에는 외국이 간섭할 수 없다. 중국이 가장 원하는 것은 주변국의 안정이다. 사실 북중 관계엔 늘 의견의 대립이 있었다. 그렇다고 북중 관계가 변하진 않았다. 북한은 매우 독립심이 강한 나라다."
-김 제1위원장이 곧 중국을 방문할 수도 있다고 보는가.
"김정은은 지금 국내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버지의 영구차를 호위했던 8명 중 이미 5명이 사라졌다. 매우 불안정하다. 더구나 당분간은 김정은이 방중하겠다고 해도 중국이 받아들일 수가 없는 형편이다. 얼마 전 고모부를 처형한 사람을 어떻게 웃으며 맞을 수 있겠나. 그런 사람과 어떻게 악수를 하고 어떻게 같이 밥을 먹을 수 있겠나. 사실 중국은 그가 오든 안 오든 별로 중요하지 않다. 지금까지 북한 지도자가 방중한 것은 모두 북한이 제안한 것이다."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로 아시아 지역의 긴장이 고조됐다.
"지금까지 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킨 게 과연 누군지 묻고 싶다.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이전에는 방공식별구역을 주장하지 않았는데.
"그 동안 잠자코 있었던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게 된 것은 최근 일본이 군사력을 증강, 이 지역의 긴장을 먼저 고조시켰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는 댜오위다오(釣魚島ㆍ일본명 센카쿠)를 국유화한 뒤 중국위협론을 내세우며 국방예산을 늘렸을 뿐 아니라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서고 국가안전보장회의까지 설치했다. 중국도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 더구나 방공식별구역은 한일이 이미 1950~60년대에 선포한 것이 아닌가. 중국만 그런 권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일본이 초래한 것이다. 중국을 나무라는 것은 상대방이 먼저 공격을 해 정당하게 방어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일본이 침략의 과거를 인정하지 않자 박근혜 대통령도 일본 총리와 만나길 꺼리고 있는 것 아닌가. 이를 무시한 채 한국마저 (중국을 향해)긴장을 고조시킨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겠나."
-방공식별구역 선포의 목적이 일본을 겨냥한 것이라면 왜 이어도까지 포함한 것인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 안에 이어도가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중국이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면서도 왜 황해와 남중국해에선 이를 선포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일본만 겨냥했을 뿐인데 이후 한국은 중국을 겨눴다. 이런 식이라면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불가능하다. 사실 방공식별구역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이 일본 편에 섰다는 사실이다. 한국이 미국 편에 서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도 이해할 수 있다. 북한 문제가 있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또 전통적으로도 동맹 관계인 만큼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일본은 다르다. 한국과 일본은 군사적으로 관련이 없다. 한국이 일본 편에 서는 것은 안전문제에서 한국이 중국의 적이자 위협이 되는 것과 같다. 적의 친구는 적이다. 한국의 조치는 한중 관계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 주석부터 일반 중국인들까지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전략이란 곧 안전의 문제다. 안전 문제에서 공통의 생각이 있어야 전략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인은 일본을 평소 싫어한다 하면서 왜 안전 문제에선 일본 편에 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이 지금까지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는 통보해 온 마당에 중국에는 무슨 이유로 통보할 수 없다는 건 지도 수긍하기 힘들다."
-중국은 사전에 방공식별구역 선포를 한국에 설명하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도 수십 년 전 처음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할 땐 중국에 미리 알리지 않았다."
-중국의 일방적인 선포로 긴장이 고조된 데 대해서는 미국 등도 비판하고 있다.
"미국이 반대한다지만 민간 항공사들에게 비행 계획을 통보토록 하는 등 일본과는 달리 대응했다. 미국은 한국보다 일본과 더 긴밀한데 일본과 같이 행동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은 일본과 함께 했다. 미국은 참 똑똑하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도 그대로 이뤄졌다. 시 주석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방공식별구역에 대해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미국이 정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을 심각한 문제로 여겼다면 바이든 부통령의 방중도 취소했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을 비판하는 척 했지만 실제로는 중국과 잘 지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잇따라 강경 대응책을 내놓으며 일본과 보조를 맞췄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 60년을 넘었다고 하는데 미국의 전략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아시아 복귀로 중국과 마찰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언론에서 양대 강대국(G2)을 말하는데, 사실 G2는 미중 어느 나라도 쓰지 않는 용어다. 양국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누구와 가장 오래 이야기를 나눴는지 보라. 시 주석이다. 양국 정상은 이틀 동안 무려 8시간 이상 대화했다. 한국이나 일본은 오바마 대통령과 얼마간 말했나. 미중관계는 현재 매우 친밀하다. 중국이 제안한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미국은 이미 수용했다. 중국은 평화발전을 강조하고 있고 미국도 동의했다. 2014년 미중 관계도 좋을 것이다."
-일본이 우경화하고 있는 가운데 2014년 청일전쟁 120주년을 맞았다.
"아베 총리는 혼자가 아니라 일본 국민의 정서를 대표한다고 본다. 어느 나라도 외부의 간섭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동안 많은 제약을 받아온 일본이 '정상 국가'가 되고자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정상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독일처럼 과거의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일본이 자신의 죄조차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상 국가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은 중국을 적으로 상정하고 있다. 지금은 지구촌 협력의 시대다. 다른 나라가 굴기(崛起)한다고 적으로 삼고 대항해선 성공할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중일 관계가 좋지 않았다. 내년에는 더 나빠지지 않길 기대한다. 일본은 중국의 굴기를 막을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으로 본다."
-지난 10월 신중국 성립 이후 처음으로 주변외교공작좌담회가 열렸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운명공동체를 강조했다.
"중국 외교는 원래 ▦대국 관계 ▦주변 관계 ▦제3세계 관계를 기본으로 한다. 운명공동체란 양국이 협력을 통해서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함께 잘 살자는 뜻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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