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국 중국의 외교장관이 3각 전화외교를 통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후 일본 정부의 거침없는 우경화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공동대응에 나섰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1시간 가량 전화통화를 갖고 한반도 정세를 폭넓게 논의했다. 왕 부장은 같은 날 저녁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전화를 연결해 당면한 일본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한미중 3국이 일본을 쏙 빼놓고 '왕따 외교'를 통해 공조를 과시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3국 모두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에 대한 불만과 우려가 크다는 의미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가 불안한 것으로 평가 받는 엄중한 상황에서 유독 일본을 제외한 것도 그 때문이다. 따라서 미중 양국 장관이 의제로 다룬 '당면한 일본 문제'는 결국 이번 참배에 따른 파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전화통화에서는 일본과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중국측이 강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왕 부장은 아베 총리의 참배 직후 "일본과 끝까지 갈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인 만큼 이번 한미 양국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윤 장관은 일본 정치 지도자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히면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우리 정부는 일본의 도발에 대한 공감대를 넘어선 중국과의 본격적인 공조체제 구축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전통적인 한미일 3각 협력을 감안한 것이다.
왕 부장과 케리 장관의 통화는 지난달 15일 이후 불과 보름만이다. 왕 부장은 1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발표한 글에서 "1979년 미중 수교는 20세기 하반기 국제관계 역사에서 가장 큰 전략적 의의를 가진 사건이었다"고 평가하며 미국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일본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중국의 요청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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