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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타협정치 가로막은 박영선의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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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 타협정치 가로막은 박영선의 '버티기'

입력
2014.01.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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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1일 새벽 가까스로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2년 연속 해를 넘김으로써 합의처리란 의미가 퇴색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최악의 무능국회임을 입증한 것이다. 특히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 반대'란 소신을 이유로 여야가 파국을 막기 위해 양보하며 대승적으로 합의한 결과를 가로막은 국회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본회의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법사위 의사봉을 쥔 그가 "재벌특혜법(외촉법)을 내 손으로 상정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친 뒤 협상 타결을 위한 여야의 큰 그림이 어그러지면서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국회 전체가 박 의원에게 볼모로 잡힌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당초 여야는 예산안ㆍ국정원 개혁안ㆍ주요 쟁점 법안 등 연말국회와 관련한 현격한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타협과 절충을 시도했다. 결국 새누리당은 외촉법 개정안을 국정원 개혁법안과 연계해 일괄처리를 시도했고, 민주당 지도부도 국정원 개혁법안을 관철시키는 대신 외촉법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갔다. 그러나 31일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박영선 김기식 김현미 의원 등이 외촉법 처리에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외촉법은 결국 여당 측이 상설특검을 2월에 처리한다는 합의서를 써 으로써 오전 2시쯤 법사위 문턱을 통과했고, 새벽 5시15분쯤 355조8,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다.

박 의원의 행태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적지 않다. 김영환 의원은 "개인의 견해는 존중돼야 하지만 그것 때문에 여야합의가 파기되고 예산처리가 무산된다면 국정원 개혁법안의 성과도 무위로 돌아가지 않느냐"며 "다른 경제민주화 법안들도 있고 외촉법에 대한 당내의견도 분분한데 거기에만 매몰되면 '빅딜'이 아니라 '스몰 딜'이 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선 "의총에서 지도부에 위임키로 했는데 당론보다 개인소신을 앞세우는 것은 해당행위"란 격한 반응도 나왔다.

반면 외촉법을 과거 한미FTA(자유무역협정)반대와 비교하면서 진보진영의 정체성과 연결짓는 시각도 있다. 박 의원은 본회의 반대토론에서 "재벌에 굴하는 국회가 돼선 안 된다"며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법을 무원칙적으로 특정재벌회사에 특혜를 주기 위해 고쳐달라고 간청하는 민원법을 왜 새해벽두부터 통과시켜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이 박 의원의 '버티기'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 민주당은 꺼져가던 상설특검 도입 논의를 2월 합의 처리키로 하는 소득을 추가로 챙겼다.

하지만 당장의 이득을 취했다고 해서 이득이라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상호 신뢰가 밑바탕이 돼야 할 여야 협상은 불신 속에 앞으로 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당장 전리품 성격인 상설특검 도입 협상에 여당이 과연 협조할지 의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예산안은 대통령도 중단시키지 못하는 것인데 박영선 의원은 그 보다 막강한 파워를 보여줬다"며 "합의에 입각한 결론은 설령 틀리더라도 쫓아갈 수 있는 자세가 합의제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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