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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년기획] <2> 경제활동인구 어떻게 늘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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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신년기획] <2> 경제활동인구 어떻게 늘릴까

입력
2014.01.0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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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에서 시작된 잠재성장률 하락 디플레 우려일본의 90년대 상황과 닮은꼴육아휴직 등 기업에만 맡겨선 한계저출산 대책 예산 계획대로 늘려도 내년 OECD 평균 비중의 ⅓

한파주의보가 발령된 2005년 2월. 68세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옆에는 잔고가 110원 밖에 남지 않은 통장이 놓여있었다. 외상이 없고 몸이 말라 있던 점으로 미뤄 며칠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숨진 것으로 보인다.

고인은 6개월 전부터 월세도 내지 못했고, 전기 수도 가스도 끊겼다. 숨지기 며칠 전 이웃들에게 "라디오라도 듣게 건전지 좀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로 외로움과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는 연락이 끊긴 아들이 있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생활보호조차 받지 못했다.

홀몸 노인에 대한 복지가 부족하다. 65세 인구가 전체의 20% 가까이 늘어나면서 생활보호수급자도 10년 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채무가 7,000조원이 넘어 사회보장비를 풍족하게 늘릴 수도 없다.

짓기만 하면 금세 분양됐던 수도권 중대형 고급 아파트에 빈집이 늘고 있다. 집 값은 최고가를 형성했을 때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더 이상 구매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성장둔화로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다.

한창 일할 34세 미만 젊은이들이 정규직 임금의 4분의 1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젊은이 5명중 1명이 이런저런 비정규직에 종사 중이다. 이들의 평균 납세액은 정규직의 5분의 1 수준이다. 부가가치가 낮은 중소기업이나 대기업 공장들이 문을 닫거나 해외로 이전하면서 절대적인 일자리가 줄어든 탓이다.

이 모습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일본 기타큐슈(北九州)시 야하타히가시(八幡東)구, 도쿄(東京) 미나토(港)구 등에서 실제 일어난 상황을 재현한 것이다. 당시 일본은 장기불황에, 주력세대가 늙어가며 각종 사회 문제에 시달렸다.

현재 한국의 사회상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흡사한 모습이다. 한국은 성장잠재력 약화, 저출산ㆍ고령화, 부동산시장 침체, 고용사정 악화 등 여러 면에서 과거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 고령화는 일본보다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몰락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보다 적극적인 성장정책이 필요하다.

한국, 일본식 장기불황 빠지다

일본의 1990년대 '불황의 덫'에 한국경제도 빠졌다는 우려가 짙다.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민간소비 증가율이 2%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일본은 1995년 이후 1%대를 보이며 내수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주력세대였던 베이비부머들이 주택경기 불황 등으로 부채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은퇴를 맞이하고 있어 내수침체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불황에서 빠져 나오기 위한 필수요소인 투자는 2008년부터 5년간 평균 0.1% 감소했고, 일본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평균 0.2% 줄었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샌산(GDP) 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1990년대(6.7%에서)의 절반 수준인 4.3%로 떨어졌고, 일본도 같은 기간 1.5%에서 0.9%로 하락했다.

건설분야 침체도 일본과 유사하다. 일본이 90년대 부동산 버블붕괴를 겪으면서 땅값과 건설투자가 70년대 수준으로 떨어진 것처럼 우리도 붕괴가 온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몰려오고 있다.

실제 한국의 전국 주택매매가격 종합지수는 2012년 5월 103.1로 고점에 달한 이후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고, 수도권의 경우 2011년 이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건설투자도 2009년 159조2,000억원에서 2012년에는 143조원으로 줄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는 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저환율(높은 원화가치)이 겹친 '4저(低) 불황'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분석이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과거 일본도 90년대 중반부터 소비자들이 위축되면서 소비가 줄다 보니 자산 하락과 함께 기업 투자가 줄면서 내수가 침체되는 악순환에 빠져들었다"며 "한국도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고령화 해결책은 출산율 회복

장기 불황은 저출산과 고령화에서 비롯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노령화지수(0~14세 인구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중)가 202까지 올라 세계에서 가장 늙은 국가가 될 전망이고, 우리나라는 94.1을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합계출산율(15~49세 출산가능연령 여성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생아 수)은 2015년 한국 1.39명으로, 일본(1.42명)보다 낮을 것으로 보여 노령화 속도는 오히려 한국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실제 한국은 올 들어 10월까지 출생아 수가 37만3,100명으로, 사상 최저 출산율을 보였던 2005년 같은 기간(36만7,000명)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나 출산율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부는 출산 장려책으로 여성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고 ▦무상교육 확대 ▦육아휴직 등을 추진 중이나 기업들의 무관심 등의 이유로 아직도 자리잡지 못한 상황이다. 강중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일본처럼 저출산 대책의 실패로 고령화가 빨라지는 상황을 예방하려면 저출산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지만 현재 정부 계획이 실현되더라도 2015년 저출산 예산비중은 0.8%(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에 그친다"며 "출산율을 회복하면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수 있고, 노령인구의 부양에 대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져 재정 적자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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