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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만간 대화 제의 예상… '도발용 명분 쌓기'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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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만간 대화 제의 예상… '도발용 명분 쌓기' 해석도

입력
2014.01.0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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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강조한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지난 1년 간 경제성과를 바탕으로 인민생활 향상 노력을 이어가고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숙청을 계기로 체제 안정에 힘쓸 것을 다짐했다. 전반적으로 대내외 상황 관리에 주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지난해 신년사처럼 비교적 온건한 메시지를 담았다"며 "그나마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대남 부문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2014년을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을 위한 비약의 해"라고 규정하고 경제부흥에 다시 방점을 찍었다. 신년사에 등장한 단어도 '인민'과 '경제'가 각각 51회, 15회로 '선군(先軍ㆍ3회)을 압도했다. 특히 농업을 주공전선으로 제시한 점이 두드러진다. 김정은은 "올해는 김일성 동지께서 사회주의 농촌문제에 관한 테제를 발표하신 50돌이 되는 해"라며 "농사에 모든 힘을 총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일성은 1964년 2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기술ㆍ문화ㆍ사상혁명을 토대로 농촌의 협동화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내용의 지침을 채택했다.

김정은은 이어 축산(온실남새(채소), 버섯재배), 건설(청천강계단식발전소, 세포지구 축산기지 등), 과학기술, 전력ㆍ석탄공업, 수산, 교육 등 인민생활 향상과 연관된 분야별 과제를 차례로 제시하며 생산성 향상에 매진할 것을 주문했다. 통일부는 "건설 부문을 별도로 언급해 건설사업을 통한 김정은 치적쌓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장성택 숙청 여파로 북한 주민과 군의 사상학습을 강조한 내용도 달라진 부분이다. 지난해 '광명성 3호' 2호기의 성공적 발사를 치하했던 신년사 서두는 '종파 오물 제거' '당의 일심단결 백배 강화' 등 장성택 처형 이후 사상적 무장을 독려하는 언급으로 채워졌다. '유일적 영도체계'란 용어도 처음 등장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정치사상에 대한 당의 영도를 유달리 강조한 것은 역으로 불안한 내부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남 메시지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대외의 경우 핵문제와 관련한 명시적 발언이 없는 반면, 남북관계는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신년사에 적시됐다. "대결상태 해소"를 언급했던 지난해보다 구체적으로 바뀐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스스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며 "조만간 선제적 대화 제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대남 도발을 염두에 둔 명분 쌓기용이란 시각도 있다. 신년사는 "남조선 당국은 무모한 '종북소동'을 벌이지 말라"며 남북대화 중단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북한은 2010년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민족화해와 협력을 적극 실현해야 한다"고 했지만, 두 달 뒤 천안함 도발을 일으키며 남북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 정부가 대북 비방 중단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를 근거로 공세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김정은은 지난해에 이어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해 할아버지 김일성처럼 육성 신년사를 정례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6분의 낭독 시간 중 김정은의 모습이 나온 분량은 채 3분이 되지 않아 미숙한 연설 능력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조선중앙TV는 나머지 시간에는 노동당 청사 사진을 내보냈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후계자 시절부터 김일성의 몸짓과 말투를 모방해 부족한 정치적 리더십을 메우려고 했으나 아직 김일성의 카리스마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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