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마지막 날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며 분신한 이모(41)씨가 1일 오전 7시 55분쯤 숨졌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던 이씨는 전날 오후 5시 30분쯤 서울 중구 만리동에서 회현동 방면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박근혜 사퇴, 특검 실시’라고 적힌 7m 길이의 플래카드 2개를 고가 밑으로 내걸고 인화성 물질을 몸에 뿌린 후 불을 붙였다. 이씨는 대형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 중 숨을 거뒀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 발견된 이씨의 다이어리에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불만 내용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형식으로 적은 글과 가족에게 남긴 유서 등 모두 7개의 글이 적혀 있었다. 유서에는 형제와 어머니에게 “짐을 지우고 가서 미안하다”며 어머니 건강 문제를 걱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의 동생은 경찰 조사에서 “형이 분신 일주일 전 보험 수급자를 나로 바꿨다”면서 “신용불량 상태에서 가족이 진 빚 독촉까지 받아 힘들어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의 형이 7, 8년 전 사업 때문에 이씨 카드로 3,000만원을 빌렸고, 이씨는 대출금 상환을 독촉하는 고지서를 자주 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 가족에 대한 참고인 조사에 변호인으로 동석한 박주민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빚은 이씨 형의 수입으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였다. 빚 때문에 자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빈소에서 이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흘 전에 와서 용돈으로 80만원을 쥐어주고 갔는데 죽었을 리 없다”며 오열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박 대통령 퇴진과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에 대한 특검을 요구한 고인의 뜻을 헛되게 할 수 없다”며 장례위원회를 구성하고 유족을 설득, 장례를 민주시민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장례위원회는 4일 오전 9시 30분 서울역 광장에서 영결식을 열 계획이다. 시신은 광주 망월동 5ㆍ18 묘역에 안치하는 방안을 유족과 논의 중이다. 이날 빈소에는 민주당 강기정,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 등이 조문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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