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을 이웃들을 위해 쓰고 싶어요. 재능은 뽐내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것 아닐까요." 소외된 이웃들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옷을 만들어주는 대학생들이 있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학생 40여명이 의기투합한 재능기부 프로젝트 '터치(Touch)'다. 2011년 학교가 있는 자양동 일대에서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겨울 점퍼 30벌을 만들어 전달한 것을 시작으로 3년째 재능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터치는 "전공실습 후 남는 원단으로 재능기부를 해보자"는 몇몇 학생들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소외된 이웃들에게 꼭 필요한 옷을 만들어주면서 재능도 살리고 지역사회에 기여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 프로젝트였다.
2012년에는 청각장애인 단체 '사랑의 달팽이'가 운영하는 클라리넷 합주단 어린이 단원들에게 여름철 연주용 흰 셔츠 50벌을 만들어 선물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아동ㆍ청소년 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는 학생들로 꾸려진 '행복나무 소년소녀 합창단' 단원 31명에게 합창단복을 전달했다.
매년 초 기부 참가자를 정하고 여름방학 때부터 본격적인 디자인 작업에 들어가 옷을 입을 이들 한 명 한 명의 신체 치수를 재고, 입혀보고, 다시 옷을 고치다 보면 1년이 후딱 지난다. 특히 지난해에는 초등생부터 고교생까지 합창단원의 연령대도 다양하고 조끼 망토 바지 치마까지 네 벌이나 지어야 해서 학생들은 주말도 반납해야 했다.
하지만 스스로 얻은 것이 많다고 학생들은 말한다. 2년째 프로젝트에 참여한 4학년 김주영(25)씨는 "디자인 회의 때마다 우리가 원하는 옷이 아니라 받는 사람들이 입고 좋아할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만들어야 할 옷 종류가 많아 힘들었지만 옷을 받고 기뻐할 아이들의 얼굴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3학년 김승민(24)씨는 "시험기간에도 밀린 작업을 하면서 '학점까지 포기하면서 봉사를 해야 하나'란 생각도 했지만 몇 달간 셔츠부터 망토까지 하나하나 옷을 입혀가며 정이 든 아이들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며 웃었다.
터치의 2014년 프로젝트는 학교 인근 다문화가정 어린이나 서울역 노숙인들을 위한 옷 제작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학생들은 소외 계층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이 사회 전반으로 퍼지길 기대했다. "'우리의 손짓이 당신의 희망을 터치합니다'라는 터치의 슬로건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싹트길 바랍니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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