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사연이 다르고 감회가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다 상이하겠지만, 저는 이것 한 가지만큼은 우리 모두가 자부해도 좋을 만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 여전히 여기에 살아남았다는 매우 명백한 실존적 사실입니다. 지난 한 해 모두모두 고생하셨습니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에도 저 오연한 죽음과 맞서 우리의 생활을 지켜냈습니다. 사자와 코끼리가 있는 동물원에서 롤리 팝을 빨며 비누풍선을 만들어 날리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봄날 아침 햇살 속에서도, 소나기를 피해, 우산을 뒤집는 태풍을 피해 주춤거렸던 여름날의 오후에도, 은행나무 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저녁,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과 깔깔거리며 연극을 보았던 대학로의 가을날에도, 회식을 마치고 쓰린 속을 달래기 위해 해장국을 우걱우걱 집어넣던 겨울, 종로의 새벽길에서도, 우리는 모두 예외 없이 죽음과 결연하게 맞서고 있었고, 힘겨운 싸움 끝에 이겨냈습니다. 중환자실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는 위독한 환자만이, 인큐베이터 속 칠삭둥이 신생아만이 죽음과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언제나 늘, 발톱을 깎으며 해찰하고 있는 순간조차도 죽음과 맞서며 삶을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2013년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 눈물겨운 분투에 박수를 보내며 갑오년 새해에도 굳게 연대해 우리 삶을 지켜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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