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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월 2일] '그레이 스완'

입력
2014.01.01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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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띠 해로 불리는 갑오년이다. 전통적으로 서양은 양력, 동양은 음력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동양도 음력을 기본으로 하되, 태양의 위치에 따라 계절 변화를 구분할 수 있는 24절기를 더한 태음태양력을 써왔다. 음력으로 한 해의 시작은 설날이지만, 띠는 절기를 기준으로 하므로 봄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절기인 입춘(올해는 2월 4일)부터 바뀌게 된다.

■ 역사적으로 갑오년의 한반도는 대란에 휩싸인 때가 적지 않았다. 이른바 '블랙 스완(black swanㆍ검은 백조)'이 출몰한 것이다. 뉴욕대의 탈레브 교수가 처음 쓴 이 말은 2001년 9ㆍ11테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가능성이 적어, 거의 예측할 수 없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장을 몰고 오는 경우를 말한다. 고려 최씨 무신정권 때인 1234년은 온 나라가 몽고와의 3차 전쟁 공포에 짓눌린 시기였다. 이미 두 차례 군대를 보냈다가 물러난 몽고는 1234년 금나라를 멸하고, 다시 말머리를 돌릴 기세였다. 실제 이듬해 3차 침입을 감행했다. 조선 효종 때인 1654년에는 러시아 세력의 남하를 막으려는 청나라의 요청으로 포수들을 파병, 나선정벌에 끌려들기도 했다.

■ 구한말 격동의 1894년도 블랙 스완의 전형일 듯하다. 농민들이 궐기했고(동학농민혁명), 이 것이 빌미가 돼 임진왜란 이후 302년 만에 다시 일본과 중국 군대가 우리 땅에서 충돌했다(청일전쟁). 신분제 등 봉건제도를 없애고, 근대국가의 틀을 갖추려는 개혁 시도인 갑오경장이 이어졌다.

■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경제 트렌드의 하나로 '그레이 스완(grey swanㆍ회색 백조)'의 등장을 예견했다. 블랙 스완에서 파생된 이 말은 위기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하나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미국의 출구전략으로 신흥국은 외환위기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리스 등 취약 국가의 은행은 부실해져 세계경제 회복을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리 있는 분석이지만 한반도의 경우 안보상황 급변과 맞물려'그레이'가 '블랙'으로 악화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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