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첫 '부자증세' 법안이 새해 첫날 새벽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이날 처리된 소득세법개정안은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구간을 이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춰 해당자들에 대한 소득세를 사실상 올린 것이다. 일각에선 새누리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를 관철시키기 위해 민주당의 부자증세안을 신중한 검토 없이 맞바꿨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번 부자증세는 복지확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 이행의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진전이다.
사실 부자증세는 정부가 세법개정안을 마련한 지난 8월만 해도 실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기획재정부는 박근혜 정부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를 의식해 아예 부자증세안을 내지도 않았다. 대신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거나, 세부담 확대 대상인 중산층 소득기준을 연소득 3,450만원으로 슬그머니 낮춰 잡았다가 '월급쟁이 지갑만 털어간다'는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사는 등 허둥지둥했다. 그 과정에서 국민 세부담 증가를 납득시키려면 고소득층부터 더 내야 한다(한국일보 8월14일자 사설)는 주장이 힘을 얻어 갔다.
결국 부자증세 문제는 국회에서 민주당이 줄기차게 주장해온 소득세 최고세율 적용구간 하향 조정 여부와 방법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고소득층 직접 증세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회복에 장애가 된다는 주장을 폈지만, 내부적으론 최소한의 부자증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번에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안과 부자증세안의 '빅딜'이 성사된 셈이다.
이번 부자증세로 전체 근로소득자 1,550만 명 중 최고 소득세율 적용 비중은 기존 0.26%에서 0.85%로 늘어난다. 새로 최고세율을 적용 받는 근로자는 약 9만여명, 추가 세수는 연간 4,700억원 정도다. 여기에 소득공제를 일부 세액공제로 전환함으로써 고소득층이 별도로 부담할 세금 등을 감안할 때 중산층과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적잖이 누그러질 수 있게 됐다. 19대 국회의 성과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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