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동북아 정세는아베, 참배 등 지난 1년 행보에 미국 동북아 전문가들도 '불쾌'미중 이슈들엔 변수가 너무 많아북한 김정은 체제의 미래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처럼 예측없이 순식간에 붕괴할 수도그럴경우 한미중 관심사가 일치미국 측의 한미관계 분위기'한국에 피로감' 표현은 부적절중일 긴장 고조로 어느 때보다 한미관계 발전에 중대한 시기
미국 워싱턴 밖의 몇 안 되는 동북아 전문가인 스티븐 노퍼(48) 코리아소사이어티 수석부회장은 "미국은 한일이 난국을 넘어설 것을 기대한다"면서 "그 책무는 일본에 있는데 아베 총리가 그런 결과를 가져올 희망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를 뉴욕 맨해튼의 코리아 소사이어티 본부에서 만나 동북아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군사력 확충, 역사 갈등, 북핵 위협 등의 올해 전망을 들었다.
-2014년 새해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내다 보나.
"올 한해는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다양한 변화와 문제들이 발생할 게 분명하다. 한국은 최근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는 북한을, 미일은 대중 관계를 주의해야 할 시기다. 2014년은 리더십의 해가 될 것이다. 지도자들이 리더십을 발휘해 2014년이 평화롭기를 기대한다."
-미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반기고 있는 것에 한국은 당혹스럽다.
"한중일은 수천 년 역사에서 서로 얽혀 살아왔기에 외부에서 그 관계를 충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지난 1년간의 행보는 한국인뿐 아니라 미국 분석가들도 우려하며 또 매우 불쾌하게 여긴다. 아베 총리의 많은 결정들은 미국 동북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현명한 것으로 평가 받지 못한다."
-대화가 단절된 한일 관계에 조언을 한다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말했듯이 한일관계는 지극히 중요하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보에 우호적 양국 관계가 절대 필요하다. 미국은 한일이 난국을 넘어설 것을 기대한다. 그 책무는 일본에 있는데 아베 총리가 그런 결과를 가져올 희망을 주지 않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중심 전략을 중국 견제용으로 해석한다. 중국은 미국, 아시아국가들과 남ㆍ동 중국해에서 방공식별구역(ADIZ), 영유권 문제로 직ㆍ간접으로 대립하고 있다.
"중국 문제는 약간 더 복잡하면서 우려되는 면이 있다. 지난해 6월 미국 써니랜드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향후 양국 관계에 긍정적 분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양국 이슈들은 장기적이고 광범위해 너무 많은 변수가 따른다. 아시아 지역 국가들은 중국의 군사력 부상을 우려하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한국이 중국에 지나치게 가까이 간다고 미국이 의심하는 것 같다.
"한중 관계에 있어서는 양국이 경제협력을 시작해 여러 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보았다. 그러나 중국의 일방적인 ADIZ 선포에서 보았듯이 중국은 수시로 한국을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중국이 한반도, 동아시아, 아시아태평양과 세계에서 더욱 책임 있는 역할을 하도록 (한미일 등이)함께 노력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본다."
-역대 한국정부는 동아시아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싶어한다.
"나는 워싱턴에 있는 동료들에게 한반도와 동북아 현안에서 한국에 최대한의 여지를 주어야 한다고 자주 조언한다. 그만큼 한미 관계가 돈독하고 한국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은 지역안보와 평화, 협력 문제를 논의할 좋은 포럼이 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중국을 국제사회 규범 속으로 끌어들일 기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한반도 정책 변화를 평가하면.
"시진핑 지도체제는 이전보다 훨씬 실용적인 대북 접근을 하고 있다. 전통적 우호관계를 평가절하하고 핵실험을 더욱 큰 위협요소로 받아들인다. 한국과 관계는 점차 더 중요하게 여기는 조짐이 보인다. 물론 중국과 한미의 대북정책에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나 큰 틀인 북핵 문제에 대한 의견은 같다. 그 절차와 방법, 속도에 조율을 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은 장기적으로 한미가 이끄는 한반도 통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의 장성택 처형을 놓고 해석이 구구하다.
"김정은 체제가 튼튼하냐 아니냐의 차이인데 그 어느 쪽도 결론을 내리기엔 이르다. 앞으로 상황을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단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한 이후 주민들과 지도층 사이에서도 그다지 인기 없다는 것은 어느 정도 파악된 듯하다. 특히 중국의 지도자들 사이에서 그런 시각이 더 드러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의 미래를 낙관하는가.
"김정은 체제를 수년간 더 견뎌야 할 수도 있고 또 어느 날 갑자기 대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 시기를 전망할 수 없으나 어느 날 그런 결과가 왔을 경우 그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의 경우에서 보았듯이 그런 체제의 붕괴는 예측 없이 순식간에 벌어질 수 있다."
-미중, 한미가 한반도 급변사태 시 비상계획을 논의하고 있나.
"대외적으로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그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주변국 관심사가 일치한다는 점은 주목된다. 미국, 한국, 중국의 최고 관심사는 누가 어떻게 북한 핵무기를 안전하게 확보하는가, 그리고 북한 내 치안, 난민과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될 것이다. 유엔이 특정 지역의 안보와 평화, 인도적 사안에 개입하고 있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북미 대화통로인 뉴욕채널의 움직임이 미미하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과의 채널이 계속 존재하고 필요시 언제든 활용이 가능하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한성렬 차석대사가 귀국한 이후 소위 뉴욕채널이 계속 가동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조만간 그 후임자(장일훈 차석대사)와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볼 예정이다."
-올해 예상되는 북미 접촉은.
"오는 4월 뉴욕에서 민ㆍ관 출신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트랙 2'회담이 예정돼 있다. 다방면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분석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믿는다."
-미국 쪽의 한미관계 분위기는 어떤가.
"지금은 한미 관계 발전에 매우 중대한 시기다. 중일 긴장이 고조되는 터라 더욱 그렇다. 양국은 지난해 한미동맹 60주년과 한국전쟁 정전협정을 기념했다. 양국간 강력한 관계를 상기시키고 기리는 행사였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놀라울 만큼 높아지고 있다. 그럴수록 세계 곳곳의 현안들과 관련한 한미의 협력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원자력협정 개정,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한미 현안이 산적해 있다. 한국이 요청하는 게 많아 미국이 '코리아 퍼티그(한국 피로)'를 느낀다는 얘기도 있다.
"현안들은 튼튼한 동맹을 바탕으로 잘 풀릴 것이다. '코리아 퍼티그'는 재미난 표현이나 내가 한국인이라면 그런 우려는 하지 않겠다. 미국은 한미관계를 어느 때보다 중시 여기며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여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한미관계 차이는.
"일각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의 독특한 관계로 인해 당시 한미관계를 최정상으로 분석한다. 워싱턴에서도 그런 말이 나왔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방미 의회연설은 한미 관계사의 '하이라이트'로 평가 받는다. 한미 관계가 높은 단계로 계속 발전하고 있는 좋은 사례다."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코리아 소사이어티는 미국 정계와 학계, 그리고 일반 사회에 한국을 알리고 이해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유일한 싱크탱크이기도 하다. 2월부터 4년간 지속될 평창 올림픽 홍보 캠페인을 시작한다."
-2월 열리는 소치 동계 올림픽과 평창 올림픽을 비교하면.
"소치 올림픽에 오바마 대통령이 불참할 것으로 알고 있다. 미러 관계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것이다. 여러 점에서 러시아에는 미안하지만 평창올림픽이 더 빛을 보게 될 것이다. 평창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열려 개막식은 박 대통령이, 폐막식은 차기 대통령이 선언하는 것이 흥미롭다. 1988년 서울올림픽처럼 평창올림픽도 한국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좋은 발판이 될 것이다."
뉴욕=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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