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5)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선수(4회)와 코치(1회)로 월드컵 무대를 다섯 차례나 밟았다. 오는 6월 열리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는 사령탑으로 데뷔전을 갖는다. 홍 감독의 인생에서 월드컵을 빼놓고는 말할 수가 없게 됐다. 그는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여러 번 좌절도 느꼈고, 영광도 맛봤다. 그 만큼 월드컵에 관해선 박사가 됐다.
홍 감독은 월드컵을 앞두고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대표팀을 6개월 정도 이끌었는데 욕을 많이 먹었다. 이제는 욕을 많이 먹었더니 부담도 없다"면서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좋은 쪽으로 진행이 되고 있다. 개인적으론 만족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 월드컵의 1차 목표는 조별 리그 통과다. 이 목표를 달성한 뒤엔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른다.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드리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현재 대표팀 엔트리 구성은 80% 정도가 됐다"면서 "박주영(아스널)이 계속 벤치를 지키고 있다면 대표팀에 합류하긴 힘들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다음은 홍 감독과의 일문일답.
-월드컵 해를 맞이한 소감은.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영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은 기간 동안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다. 지난해 6월부터 드러난 문제점을 잘 분석해서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이번 월드컵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예선 통과가 목표다. 조별 예선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일이다. 조별 예선을 통과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
-조 추첨이 잘 됐다는 평가가 많은데.
"일반적인 시각인데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봐도 나쁜 조 편성은 아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 우리가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없다. 16강 진출을 낙관하는 일반 사람들의 평가가 선수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월드컵 조별리그의 전략이 있다면.
"일단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러시아와의 첫 경기가 남은 두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러시아를 상대로 좋은 경기,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한다. 첫 경기와 두 번째 경기에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서 월드컵에 나서는 소회는.
"제 인생에서 월드컵을 빼놓고는 말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국가대표에 첫 발탁된 뒤 6개월 후에 이탈리아 월드컵(1990년)에 나갔다. 감독으로서 첫 월드컵이라 영광스러우면서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에는 머리로 해야 하는 만큼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다."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은.
"우리 팀에는 젊고 기량 좋은 선수들이 많지만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 이 부분을 어떻게 메워나갈지, 거기에 맞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찾아야 할 것 같다."
-브라질 월드컵에 나설 선수 구상은 어느 정도 끝냈나.
"80%는 완성됐다고 본다. 원톱 공격수와 측면 수비수 등은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포지션이다. 두 포지션에 나서는 선수들은 연륜이나 국제경험이 부족해 그 점에 대비하고 있다."
-대표팀의 득점력이 아쉽다. 박주영의 발탁 여부는.
"박주영은 1월 이적 시장을 봐야 한다. 박주영이 6월까지 벤치에 앉아 있다면 대표팀에 뽑지 않을 생각이다. 런던올림픽 때는 원톱 포지션의 모든 선수들이 벤치에 앉아 있어서 박주영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때와 상황이 다르다."
-현재 대표팀에 대한 생각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팀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선수단 내부에서 일어났던 해외파와 국내파의 갈등도 예상보다 심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서로 대화하고 양보하면서 팀이 잘 만들어졌다."
-러시아와 같은 조에 속했을 때 솔직한 마음은.
"일단은 조 추첨 전에 러시아와 한 번 경기를 했다는 것이 좋았고, 러시아에 졌던 것이 더 좋았다. 러시아 팀인 안지에 있으면서 러시아 선수들을 볼 수 있었다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난다면 어떤 조언을 받고 싶나.
"히딩크 감독님보다는 대표팀에 합류하게 될 네덜란드 코치가 더 많은 힘이 될 것이다. 이 코치는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다. (웃으면서)히딩크 감독님은 '첫 경기에 모든 것을 걸어라'는 말씀은 하실 것 같다."
-앞으로 평가전 일정은.
"3월 평가전은 유럽에 나가서 할 계획이다. 5월 열리는 A매치는 알제리나 벨기에와 비슷한 상대를 고르는 중이다. 또 최종 평가전은 러시아와 비슷한 팀과 경기를 하고 싶다."
-16강에 어느 팀이 올라올 것 같나.
"상대를 자극하고 싶진 않다. 더 신중하게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가 떨어진다는 전망은 우리를 자극하는 만큼 좋아한다."
-현재 가장 큰 걱정거리는.
"선수들의 부상이다.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은 겨울철에도 경기를 계속 치르는 만큼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부상을 당해 못나올 경우를 대비한 플랜B도 준비하고 있다. 요즘 기성용(선덜랜드)이 ?넣는 것은 반갑지 않다. 지금으로선 부상이 가장 큰 걱정이다."
-독일월드컵과 남아공월드컵 대표팀과 비교한다면.
"개인 기량은 지금이 더 낫다. 선수들이 어리다는 측면은 있지만 그렇다고 경험이 없지도 않다. 앞으로 부족한 점, 잘못된 점을 잘 분석해서 준비하겠다."
-월드컵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전할 말은.
"우리 국민들은 월드컵에 대한 좋은 경험이 있다. '왜 2002년처럼 못하느냐'라는 불만도 잘 알고 있다. 저 역시 이번 월드컵의 결과가 기다려진다. 분명한 것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남은 기간 동안 잘 준비해서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