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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날렸어요…" 대학가 번지는 온라인 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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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날렸어요…" 대학가 번지는 온라인 도박

입력
2013.12.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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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K대 학생 이모(26)씨는 도박 중독자다. 이씨가 빠진 도박은 불법 스포츠토토. 지난해 우연히 가입한 사이트에서 첫 회에 1만원을 걸어 50만원을 벌어들인 것이 화근이었다. 도박에 재미를 붙인 이씨는 점차 베팅 액수를 늘려가다 두 달 만에 한 학기 등록금을 날렸다. 급기야 주변 사람들에게 돈까지 빌리기 시작한 이씨는 결국 6개월 만에 800만원이 넘는 빚을 졌다. 이씨는 1년이 지난 지금도 복학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지만 빚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서울 망원동에 사는 대학생 김모(22)씨도 2010년 우연히 스포츠토토를 시작해 도박에 빠져들었다. 김씨는 부모님 몰래 휴학을 하고 등록금 300만원을 환불 받아 도박으로 탕진했다. 김씨는 "도박을 끊을 수 없어 집에 있는 현금을 훔치거나 금반지, 가전제품 등을 몰래 내다 팔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연루돼 물의를 일으킨 온라인 도박이 대학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도박 중독 상담 전문가들은 "스포츠토토에 중독된 대학생들의 상담 건수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가톨릭대 정신과학연구소가 2010년 전국 대학 남녀 학생 2,026명을 대상으로 도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도박중독자'는 10명 중 1명 꼴인 224명(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한국마사회에서 조사한 우리나라 성인의 도박 중독 유병률 6.9%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특히 대학생들은 일반 성인보다 불법 스포츠토토에 더 깊숙이 빠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가톨릭대 연구 결과를 보면 대학생 중 불법 스포츠토토 경험자 비율은 12%로 전체 성인 집단보다 6배나 높았다. 마사회가 조사한 성인들의 스포츠토토 참여율은 2%였다.

대학생들이 불법 스포츠토토에 빠지는 이유는 직장인에 비해 시간 여유가 많은데다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인터넷 검색으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고 가입도 간편하다.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헬프라인의 이한일 상담사는 "20대가 온라인에 익숙하다 보니 경마 같은 오프라인 도박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불법 스포츠토토에 쉽게 중독된다"고 분석했다.

도박을 오락쯤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도 도박에 쉽게 중독되는 요인이다. 대구가톨릭대 정신과학연구소가 지난해 8월 전국 10개 대학 45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6.8%가 '도박은 적당히 즐길 수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고, 41.4%는 실제로 최근 1년 내 도박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박에 중독된 대학생이 늘고 있지만 정작 학교 차원의 대책은 전무하다. 김영호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대학생활을 하다 친구를 따라 우연히 도박에 발을 들여 중독되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대학들은 도박이 학교 밖에서 일어난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며 "대학본부나 상담센터가 중심이 돼 도박의 폐해와 위험성을 알리는 등 도박 중독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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