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를 통과한 2014학년도 예산안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사상 첫 부동의 의사를 표시한 데 이어 대법원 제소까지 고려하고 있어 행정적 낭비가 심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혁신교육지구 등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을 두고 두 기관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의회 민주당협의회는 3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의 교육정책에는 정치만 있고 학생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김문수 시의원은 "문 교육감이 혁신학교 때문에 부동의를 해놓고 무리한 예산이란 식으로 꼬투리 잡아 물타기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결위에서 최대 350억까지 증액하겠다고는 했으나 시의회가 470억원을 주장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문용린 교육감이 전날 "예산 증액이 과하고, 혁신지구에만 예산을 더 지원하는 것은 예산 균형분배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부동의를 표해, 사실상 곽 전 교육감 정책인 혁신지구 예산 등을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30일 시의회는 본회의에서 초ㆍ중학교 한자교육, 통일교육 현장체험 등 문 교육감의 중점 사업 예산은 축소하고, ▲혁신학교 13억(학교당 8,000만원)ㆍ혁신교육지구 12억 ▲비정규직 처우 개선 21억 ▲지역구 사업 363억 등 470억원을 증액해 7조4,391억원 규모의 예산안을 수정ㆍ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혁신학교 예산을 기존 6,000만원에다 교무행정사 지원 등 학교마다 2,000만원씩 더 주기로 합의했으나 교육위원회에서 삭감한 일부 사립학교 시설보수 예산 160억원을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동의 없이 의결해 교육위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들은 격론 끝에 예결위 의결안과 의결안에 없던 혁신교육지구,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의 당론을 절충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시교육청은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시의회 의원 114명 중 민주당 의원이 77명(67.5%)에 달해 재의결 요건(재적 과반수 출석, 출석 3분의 2 이상 찬성)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안이 재의결될 경우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시의회를 상대로 법정 다툼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서울학생인권조례, 학생인권옹호관 조례안 등 시의회와 시교육청간의 갈등이 빈번이 소송으로 비화하는 일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누구는 틀렸다'는 식의 법적 판단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식은 오히려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할 수 있다"며 "서로 협조해야 하는 두 기관이 업무를 진행하기도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