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규탄하고 일본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한 한국과 중국의 외교전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31일 저녁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아베 총리의 참배가 동북아 정세에 미칠 파장과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통화는 왕이 부장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아베 총리 참배 이후 한중 양국이 가진 최고위급 협의다. 외교 소식통은 "한중 양국이 일본의 도발에 대해 보조를 맞춰 대응해 나간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일본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중 양국은 모두 일본이 반드시 역사를 직시하고 깊이 반성하면서 정확한 역사관을 견지할 때만 이웃국가들과 미래관계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윤 장관은 1월 초 미국을 방문해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한미 외교장관이 만나는 건 지난 9월에 이어 불과 3개월 만이다. 이는 아베 총리의 참배에 따른 상황인식이 엄중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일본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 주목된다. 앞서 미국은 아베 총리의 참배에 대해 외교적으로 매우 강한 표현인 '실망'을 나타냈고, 한국도 정부 대변인 성명 등을 통해 강력 반발하면서 전통적인 한미일 3각 협력체제가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미국과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1월에 자신의 외교 책사인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 내정자의 방미를 추진하고 있어 미국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심이다.
한편 왕이 부장은 30일 러시아, 독일, 베트남 등 3개국 외교장관에 잇따라 전화를 걸어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대응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왕 부장은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에게 "중국과 러시아는 반파시즘 전쟁의 전승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공동으로 국제정의와 전후 국제질서를 수호해야 할 국제적 책임이자 의무가 있다"며 러시아가 일본의 우경화 억제에 역할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는 중국과 완전히 같은 생각"이라며 "아베의 행동을 아시아 주변국에 대한 도발로 간주한다"고 답했다.
왕 부장은 또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 판 빈 민 베트남 부총리 겸 외무장관과 각각 전화 회담을 갖고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방문에 따른 파장 등을 협의했다. 중국은 이에 앞서 사실상 일본과 고위층 교류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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