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전 인천 동구 송림동 대헌학교 뒤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재능대 인근에 자리한 이 동네에는 담벼락이 허물어지고 기와가 군데군데 빠져있는 집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집 창문마다 찬바람을 막기 위한 비닐이 어설프게 덧대어져 있었고 골목은 두 사람이 지나기도 벅찼다.
이 동네는 2008년 9월 공동주택 건설방식의 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로 지정됐다. 3만8,900㎡의 땅에 아파트 3,375가구를 짓는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정난에 부딪친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진척이 더뎌졌다. 사업 추진이 늦어지면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집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은 재산권 행사는커녕 집 수리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이처럼 인천시내 부평구 십정2지구, 동구 송림초교지구, 송림4지구 등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줄줄이 멈춰서고 있다. 인천시에 따르면 현재 주거환경개선사업은 모두 7개 지구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동구 대건학교 옆, 남동구 간석, 남구 용마루지구를 제외한 4개 지구는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최근 사업시행 인가가 나 이르면 내년 하반기 착공이 예상되는 대헌학교 뒤 지구도 사업성 개선이 이뤄지지 못하면 착공이 늦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착공이 늦어지면 분양과 준공, 입주 절차도 줄줄이 지연된다.
LH의 주거환경개선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큰 십정2지구는 지장물 조사 단계에 머물고 있다. 19만3,000㎡ 부지에 아파트 3,375가구를 건설하는 이 지구는 노후주택이 2,700여 가구에 달해 보상과 이주 절차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십정2지구의 한 주민(50)은 "비가 많이 오는 날이면 혹시나 담벼락이 무너지지 않을까 잠을 못 잔다"며 "LH는 사업성만 따질게 아니라 주민의 안전부터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도시공사가 7만2,600㎡ 부지에 아파트 1,384가구를 짓는 송림초교지구도 2015년이나 돼야 사업 추진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또 2만3,900㎡ 부지에 아파트 426가구를 짓는 송림4지구는 2016년 이후에나 보상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 관계자는 "부채가 많은 LH와 인천도시공사 등이 보상비는 많이 들고 사업성은 떨어지는 주거환경개선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사업의 시급성을 잘 알기에 LH 등과 협의해 최대한 사업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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