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들이 '나'라는 필터를 통해 어떻게 전과 다르게 읽힐 수 있는지, 부지런히, 치열하게 써보고 싶습니다."
2014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자인 김진규(25)씨는 현재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캐나다 밴쿠버에 체류 중이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 휴대폰 번호로 원고를 보낸 탓에 당선 소식을 부모님으로부터 문자 메시지로 전해 받았는데, 그때가 마트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동료들과 가진 조촐한 술자리를 끝낸 새벽 두 시였다. "처음엔 휴대폰에 찍힌'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 열 글자가 너무 얼떨떨해서 저를 속이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한국과 전화 연결이 안 돼 밤새 잠을 자지 못하다가 마침내 당선 사실을 확인했고, 그날 하루는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감격의 여운이 오래갔다.
"저는 제가 외로운 적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니 외로운 사람인 척하며 사는 게 아닌가 여겼었죠. 그런데 당선 소식을 듣고 나니 잊고 있었던 힘든 일들, 서럽던 일들만 떠오르더라고요. 남들에게 말은 안 했지만, 열심히 쓰고 있으면서도 자괴감을 많이 느꼈거든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김씨는 '문필 신동' 출신이다. 시인인 어머니 김연자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매일 일기를 쓰게 했고, 일기에 소재가 떨어질 때면 동시를 대신 쓰곤 했던 게 시작(詩作)의 시작이었다. 시를 진지하게 열심히 쓰게 된 건 안양예고 문예창작과에 입학하면서부터. 새얼백일장, 만해백일장 등 전국의 여러 백일장을 석권했고, 덕분에 경희대 국문과에 문예특기자로 입학했다.
신춘문예 응모는 올해가 세 번째. 두 차례 모두 예심조차 통과하지 못하면서 "아주 어린 나이에 혜성처럼 딱! 하고 문단에 등장할 줄 알았던" 꿈은 "말도 안 되는 꿈이었구나" 깨달았다고 한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찾아 올 9월 캐나다로 건너간 그는 그곳에서 영어학원도 다니고 틈틈이 외국인들과 운동도 하며 이제 막 생활에 적응한 참이다.
"이번에 당선되지 못했다면 내년에 또 응모했을 거예요. 그게 제가 쓴 시들에 대한 예의 같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낳은 자식들인데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읽혀야 하지 않겠어요?"1년 예정의 캐나다 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 그는 "치열하게 시를 쓰며 시 쓰기의 '폼'을 만들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수줍게 덧붙인 말. "그리고 서른 살 전에는 첫 시집을 내보고 싶어요."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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