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4년 전쯤 모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응모했다가 최종 심사까지 오른 적이 있어요. 그 후로 2, 3년은 아무런 소식이 없었죠. 당선됐다는 연락을 받고 얼떨떨했어요. 감동적인 작품이 주로 당선되는 것 같아 큰 기대는 하지 않았거든요."
2014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자 정신(43ㆍ본명 김정신ㆍ사진)씨는 차분하고 조용하게 당선 소식을 처음 들었던 때를 회상했다. "식사 준비 하면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가다 전화를 받았다. 연락 받고 남편에게 처음 말했는데 남편도 담담하게 축하한다고 말하더라"라며 수줍게 웃었다.
정신씨는 세 살, 여덟 살 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다. 오랫동안 피아노를 배워 한때는 재즈 연주자를 꿈꾸기도 했지만 도망치다시피 1년간 일본에 머물다 돌아와서 선택한 것이 글쓰기였다. 잡지사와 출판사를 거치며 글 쓰는 데 자신이 생기기도 했지만 "창작은 생각도 못 했다"고 했다.
결혼 전만 해도 아이나 동화에 관심이 없었다는 그는 첫째 아이를 낳은 뒤 갑상선암 수술을 받고 나서 회복하던 중 "불현듯 동화를 쓰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동화를 쓰면서 재미와 위안을 얻었고 세상을 보는 시각도 달라졌단다. 글쓰기가 그에겐 심리적 치유였던 셈이다.
아이가 잠을 자면 그는 펜을 들었다. "1년에 한 편이면 기특하다"고 생각하며 한 줄 한 줄 써내려 갔다. 완성한 게 일고여덟 편. 지금 보면 "오글거리는 작품들"이란다. 당선작 '딱 좋은 날'은 엄마에게 일기 쓰기 숙제를 받은 쌍둥이 토끼의 이야기다. 두 아이의 선명한 캐릭터 대비와 간결한 문체, 유머러스한 상황 묘사가 인상적이다.
그는 "아이들이 많은 영감을 준다"고 했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인데 글 쓰는 숙제를 하면서 너무 힘들다며 소파에 털썩 누워버리는 거예요. 어이 없기도 하면서 웃기더라고요. 그걸 모티브로 쓰기 시작했죠. 술술 잘 써졌어요. 올해는 의욕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 쓰면서도 무척 즐거웠어요. 아들 덕에 당선된 셈이죠."
언젠가는 재미있는 악동들의 모험담을 쓸 계획이다. "아이들은 가끔 어른이 상상하지 못하는 일을 저지르곤 하잖아요. 예전엔 악동들이 정말 싫었는데 육아 자체는 힘들어도 돌이켜 보면 그런 아이들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짓궂고 장난스러운 악동들의 모험담을 써보고 싶어요. 담백하게 써내려 가면서도 재미와 위트, 철학을 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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