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선거법 위반 사건을 국민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법원은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지난해 마련한 국민참여재판 개선 최종안에 없던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법무부는 31일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과 절차를 규정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일단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참여재판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법원조직법 제32조1항6호에 따른 사건은 참여재판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인데, 이 규정에는 법정형이 징역 1년에 미치지 못하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 포함돼 있다. 당선인 매수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법정형이 징역 1년 이하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선거법 위반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법무부는 또 법 개정안에 법원이 국민참여재판 진행 여부를 결정할 때 검사가 배제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넣었다. 반대로 피고인이 신청하지 않아도 검사가 사건을 참여재판에 회부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해 검찰의 권한은 대폭 강화된다.
대법원은 강하게 반발했다. 법무부의 국민참여재판 대상 제한 조항과 검찰의 권한 강화는 지난해 3월 대법원 국민사법참여위원회가 발표한 국민참여재판의 최종안에는 없던 내용으로,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참여재판 제한 조항 등을 추가했다는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법무부가 지난 20일 실시한 입법예고 전 관련기관 의견 조회에서도 '국민사법참여위원회의 최종안을 존중해달라'는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3월 확정한 국민참여재판 최종안은 시민들과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것"이라며 "법에 근거해 운영한 국민사법참여위원회의 결정과 다른, 법무부가 임의로 추가한 규정들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국민의 일반적 상식을 기준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는 공직선거법을 제한하는 개정안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법무부 개정안에 우려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최근 참여재판을 두고 벌어진 정치적 논란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0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 안도현 시인과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 김어준, 주진우씨에 대한 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이 무죄 평결을 내리자 보수 진영에서는 배심원단의 지역감정이나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며 선거법 사건을 참여재판의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무부 관계자는 "법정형 징역 1년 이상인 합의재판부 사건들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도록 한다는 일관된 기준을 정한 것"이라며 "이 기준에 따라 공직선거법 사건이 제외된 것일 뿐 의도적으로 제외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인 20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친 후 국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국민참여재판의 최종형태로 사실상 확정돼 이르면 2014년 하반기부터 시행된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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