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꾼 꿈이다. 나는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길을 걸었다. 가다 보니 길 한가운데 커다란 원기둥이 나타났다. 하얗게 빛이 바랜 박쥐들이 기둥에 빽빽이 매달려 있고 바닥에는 죽은 쥐들이 무더기를 이루었다. 우리 둘은 (아마도) 초등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작은 교정 한 쪽에는 낡은 펌프가 있고 환한 빛줄기가 무성한 초록색 잎들 사이로 내려앉았다. 나는 그 빛 가운데서 아들의 발을 씻겼다.
"음지에 있다 양지에서 살자니 어색하다"고, 우스개처럼 친구들에게 말하곤 했다. 아이들 덕분에 나는 비로소 나만의 동굴에서 나왔다. 어둠 속에서 분주히 사부작대던 쥐들은 죽었다.
아이와 동네를 거닐며 나른한 한낮의 세상을 구석구석 응시한다. 덕분에 아스팔트 사이로 피어난 아기 손톱만 한 들꽃을, 폐지 줍는 할머니의 자글자글한 눈 주름을 본다. 아이들 덕분에 글을 쓸 용기도 내었다. 글을 쓰고자 바라보는 세상은 새로웠다. 그들 덕분에 이미 많은 것을 누렸다. 앞으로 진정한 글로써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다.
심사위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내게 큰 사랑을 준 가족, 한겨레아동문학작가 동기 순‧숙‧형‧정, 내 스승이자 오랜 벗 진, 내게 여러 모양으로 영감을 준 지인들에게 감사한다. 내게 최초로 글쓰기를 권했던 아버지가 나로 인해 활기를 찾는다면 더없는 기쁨이 될 것이다.
◆정신
1971년 서울 출생. 상명대 일어교육과 졸업.
고경석기자 kave@hk.co.kr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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