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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사설/1월 1일] 함께 가자, 희망을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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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사설/1월 1일] 함께 가자, 희망을 얘기하자

입력
2013.12.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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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다시 맞는다.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굳이 새해를 이야기하는 까닭은 우리의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다.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나라 밖 정세가 불안정하다. 나라 안은 분열과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 통합을 발판으로 '세계 속의 한국'을 주도하며 역할을 확대하기는커녕 따라가고 이끌려 가기도 벅찬 한 해였다. 무엇보다 국내 상황이 거칠기만 했다.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넘도록 여전히 대선 국면처럼 나라 전체가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다. 희망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책임은 모두에게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 여당이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지 못했다. 지난 한해 내내 국민의 눈과 귀를 독점했던 국정원 댓글사건, NLL 대화록 논란, 철도 파업 사태 등에서 그랬다. 대선 결과로 확인된 '52%대 48%'의 사회에서 현 정부를 지지했던 절반만이 옳다는 자세를 보이면서 나머지 절반을 좌절과 분노에 묻히게 했다. 갈등과 대립의 확대재생산을 초래, 52%는 52%대로, 48%는 48%대로 끼리끼리 더욱 똘똘 뭉칠 수밖에 없었다. 국가적 에너지를 모으지 못하고 국정은 질척거렸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세력도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했다. 집권여당의 선도와 노력만으로 정치 복원이 이뤄지지 않는다. 야당으로서 역지사지의 자세, 국정운영의 시각이 부족했다. 재정의 뒷받침 없는 복지가 지속 가능하지 않고, 노사 양측의 희생이 없는 공기업 혁신은 불가능하며, 기업의 활력 없이 경제회생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지지세력과의 연대를 위해 한 쪽 측면만 고집해선 안 된다. 권력에 대한 견제 이전에 국가를 생각하는 넓은 시야와 자세에서 국민은 희망을 볼 수 있다.

경제회복은 새해에도 우리의 희망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가동하고, 그 속에서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위한 공정경제 실현을 정착시켜야 한다. 기업은 부단한 혁신을 통해 유리한 분야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는 한편 부족한 분야에 대한 적극적 투자로 미래를 일궈 나가야 한다. 기업이 미래를 모색하고 투자에 나서는데 있어 정치권이 걸림돌로 남아선 안 된다. 글로벌 기준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기업활동을 지원하고 활로를 열어주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기업활동을 지원해야 역으로 기업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공정성을 요구할 수 있다.

경제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당사자 사이의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통상임금 협의, 근로시간 개선, 정년 연장 및 임금체계 개편 등 산적한 현안을 감안할 때 정부는 더욱 유연한 태도로 노동계를 납득시키고 포용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정한 노사정(勞使政) 협의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철도파업 사태를 계기로 노정간에는 극한적인 대립이 생겼다. 노동계 전체가 정부의 강경조치에 등을 돌렸다. 노동계와의 합의가 필수적인 현안들은 표류하게 됐다. 통상임금 확대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시간제 일자리 확대 같은 정부의 핵심 과제들도 한동안 공전할 수밖에 없다. 노동계를 대화의 장으로 이끌지 않고서는 경제회복이라는 희망을 끌어내기 어렵다.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일은 희망의 단초가 될 것이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은 매듭을 짓지 못하고 있다. 군의 대선개입 문제도 더 이상 국민의 의혹을 해소해 주기 어려울 듯하다. 국민들이 납득하고 이해하지 못한 채 의혹들을 잠복시켜 버린다면 국민은 더 큰 절망감에 빠질 것이다. 검찰은 검찰총장 사퇴와 국정원 수사 항명 파동 등으로 만신창이가 됐다.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조직은 혼돈에 빠졌다. 정치적 중립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는 개혁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검찰권은 엄중히 집행하되 사회가 경직되지 않도록 신중한 검찰,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불의에는 당당하게 맞서는 검찰의 모습에서 국민은 희망을 찾아낼 것이다.

우리의 희망들이 모이면 밖으로 큰 힘을 발휘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정세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일방확장 선언을 시작으로 국익의 충돌이 곳곳에서 다층적으로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 일본,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 간의 해양주권 다툼,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과 신형대국관계를 주장하는 중국의 충돌은 동북아가 세계 안보의 불안한 단층이 될 것임을 예고한다. 일본은 군사대국화의 야욕을 노골화하고 있다. 팽창외교에 둘러싸인 우리의 선택은 쉽지 않다.

남북관계에서도 희망을 찾도록 해야 한다. 장성택 전격 처형으로 김정은 정권의 불안정성이 드러났다. 북한이 체제안정을 위해 국지적 도발을 감행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다행히 지난해 중단됐던 개성공단이 재가동되는 등 미약하나마 경제분야에서 해빙의 단초를 마련했다. 올해는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가 김정은 정권의 도발로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또는 경제협력을 한 차원 높은 단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우리에겐 크고 작은 쟁점에 무조건 정치를 투영하려는 풍조가 짙다. 잘 된 일은 모두 '제 덕분'이라 여기고, 잘못 된 일은 만사 '네 탓'으로 돌리는 심리의 연장에 놓인 집단의식이다. 스스로의 사회적 이해, 개별적 연관성, 합리적 근거와 무관하게 찬반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기형적 집단의식을 그대로 두고는 사회통합과 희망을 말하기 어렵다. 정치가 설명할 수 없는 부분, 정치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 또한 많다. 무리한 정치화와 그에 따른 무조건적인 반대론은 정부의 적극적 정책실행을 가로 막고, 구체적 결과에 따른 평가 대신 진영논리에 따른 호ㆍ불호만 앞서게 한다. 집단에 매몰된 개인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치권과 국민 모두가 집단성에서 빠져 나와 개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소통과 통합의 토양이 마련된다.

지난해 오늘 우리는 국민 大통합을 이야기했다. 2012년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마무리했던 해였다.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확인했으며, 타인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가늠하게 되었다. 나만의 도약, 너만의 질주가 아니라 모두 함께 가자는 결심을 내놓았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주문이었다. 잃은, 약한, 없는 사람들을 껴안자고, 정치 대탕평과 민생 보듬기에 힘을 기울이자고, 국민의 기대가 식기 전에 그렇게 국가의 기틀을 잡아가자고 제안했다. 국민 大통합, 그것을 '甲이 乙을 배려하는 일'이라고 했다. 오늘도 우리는 희망을 얘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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