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야스쿠니 참배 유감일본, 한·중·러 포위망을 자초국제사회 납득시킬 수 있는 '전쟁 책임' 담화 발표해야한일 관계 회복 위해선위안부·독도·강제징용 배상 등 여러가지 문제 얽혀있어 복잡하나라도 풀리면 금세 좋은 영향센카쿠 중·미 군사마찰 우려유사시 미국 도움 기대하기 힘들어대중 억지력 外 대화도 필요한데 신사 참배로 신뢰 무너뜨려북한 장성택 숙청은스탈린식 체제구축 의도라면 향후 긴장감 더욱 커질 것핵·미사일 추가 실험 가능성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설정에 이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역사인식과 영토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한일, 중일간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채로 1년이 넘었다. 북핵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인 상황에서 북한의 '공포정치'로 동북아 정세에 긴박감을 더한다.
첫 회는 일본의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ㆍ69) 교토산업대 교수다. 아시아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도고 시게노리 전 외무장관의 손자인 그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외교력을 크게 저하시켰으며 실추된 신뢰 회복을 위해 일본이 적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중국과 갈등을 봉합하고 미일 동맹을 견실하게 유지하기 위해 일본 사회가 전쟁 책임을 둘러싸고 국제 사회를 납득시킬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시절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방문에 모라토리엄을'이라는 논문을 투고했는데 그 배경은 무엇인가.
"일본 전쟁 책임에 대해 일본내에서 조차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 주변국가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일시 정지를 선언한다면 국제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후 총리도 이를 뒤집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모라토리엄 기간 동안 야스쿠니 신사의 A급 전범 합사 문제를 비롯한 논의를 통해 순수하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위령하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 뒤 7년간 별다른 논의가 없이 지났는데 아베 총리가 다시 야스쿠니 참배에 나서 유감이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세계 각국이 비판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참배로 악화하고 있는 한일관계 회복에 또 하나의 불신 요소를 만들었다. 중국의 불신이 증폭되고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던 러시아도 대화에 부정적이다. 아베 총리는 자초해 주변국의 포위망을 형성한 꼴이 됐다."
-미국의 반발도 거세다.
"야스쿠니 문제로 중국을 도발하지 말 것을 요구해온 미국의 입장도 어려워 졌다. 동맹국인 미국이 성명서에 '실망'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외교가에서는 이례적이다. 미국인 친구는 북한의 유사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 중국과는 대화해도 일본과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아베 총리를 더 이상 신용할 수 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이 같은 외교적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있는가.
"아시아태평양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뛰어넘어 일본 사회가 전쟁 책임을 둘러싸고 국제 사회를 납득시킬 수 있는 더 엄격한 담화문을 발표하지 않는 한 일본의 외교력 저하라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올해 한일 관계를 어떻게 내다 보나.
"한일 관계는 전후 최악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일 관계 악화는 중국의 급부상에 따른 일본의 대응이라는 점에서 위험요소가 존재하지만 한일관계가 이처럼 나빠지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한국은 군사독재정권에서 강력한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 동아시아에서 가장 왕성하고 다채로운 경제권을 만들어냈고, 많은 일본인이 한류에 매료돼있다. 일본은 (잃어버린)20년을 표류한 채 지내다가 최근 아베노믹스로 활기를 찾고 있다.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나빠져야 할 이유가 없다."
-냉각된 한일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 한일관계는 양국 정상간의 신뢰, 일본군 위안부 문제, 영토문제, 일제시대 강제징용 노동자 배상 등 4가지 문제가 얽혀 있어 외견상 굉장히 복잡하게 보인다. 이들 문제가 하나도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채 공전하면서 악순환이 연속되고 있다. 반면 이중 한가지 문제라도 해결될 기미가 보인다면 양국관계는 금세 좋은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고, 다른 문제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당장 정상회담이 어렵더라도 실무진 및 민간, 지식인 대화는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 정상간 대화도 문을 닫으면 안 된다. 한번 닫은 문을 다시 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태해결을 위한 분위기가 조금이라도 조성되면 바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만일 두 정상이 임기 동안 대화를 가지지 않은 채 지낸다면 이후 세대가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게 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배상 논의가 재점화하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일본은 고노담화, 아시아여성기금 등을 통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시민단체가 일본측이 표명한 사죄와 보상보다 일본의 법적 책임 추궁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과소평가된 점이 있다. 중요한 것은 위안부 할머니들 생전에 양국 정부간 합의에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이 아무리 좋은 결과를 내놓는다고 해도 할머니들이 돌아가신 뒤라면 무의미하다. 양국 정상이 이 문제만은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독도문제 갈등 해소를 위해 한일간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전직 외교관 출신으로 말하건대 일본이 영유권 주장을 하고 있는 독도와 북방영토에 대한 입장은 엄연히 다르다. 북방영토는 외교관들이 돌려받는 것을 전제로 협상에 임하지만 독도는 단 한번도 일본에 넘겨달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다. 대신 독도의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간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고 본다. 독도를 평화의 섬으로 정하고, 한국과 일본 양국의 스타들이 합동 공연을 갖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중일 양국의 군사적 마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2년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당시 총리가 센카쿠 무인도를 국유화한 이후 중국은 물리적으로 현상변경을 시도하는 움직임이 자주 일어나고 있고 양국간에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위험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센카쿠가 일본의 영토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중국과의 전쟁을 회피하기 위해 (물리적)억지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 억지 차원에서 군비 확충에 치중하다 보면 역으로 위기감이 높아진다. 그래서 대화는 필수적이다. 대화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신뢰감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한없이 위험한 행동이다."
-센카쿠 일대에서 분쟁이 발생한다면 미국이 미일동맹에 입각해 일본을 도울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센카쿠 문제로 일본이 중국을 도발한다면 미국 청년들이 그런 경솔한 동맹국을 도와주기 위해 피를 흘리겠는가. 미국은 그 정도로 박애적이고 인심 좋은 나라가 아니다. 일본으로서는 억지를 위한 노력과 인내하는 외교 노력이 불가결하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헌법해석 변경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이 이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를 일본의 군국주의의 부활과 결부시키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해석 변경 시도가 결코 한국에게 해를 끼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본이 이를 빌미로 한국을 겨냥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다."
-북한을 둘러싼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장성택 숙청 사건이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장성택의 숙청은 2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구축을 위해 구 소련의 스탈린식 숙청을 모방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장성택이 처형을 당해도 좋을 만큼 악질적인 죄를 지었을 가능성이다. 후자의 경우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번 사건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향후 북한을 둘러싼 긴장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봐야 한다. 핵무기 개발이나 미사일 실험 발사 등이 당장 예상되는 시나리오다. 이런 시기일수록 한일 양국은 물론 주변국가와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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