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회 패배 절치부심 마오… 트리플 악셀 2회 시도 전격 결정일본 언론 "이번엔 우승" 띄워김연아, 교과서적 점프 기술에 관중과 호흡·예술적 표현 겸비"밴쿠버보다 더 발전" 평가받아
말의 해인 2014년에는 스포츠 빅 이벤트가 잇달아 열린다. 동계올림픽, 월드컵, 아시안게임이 차례로 개최돼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2월 한 달간 러시아 소치에서 벌어지는 2014 동계올림픽이 지구촌 축제의 서막을 연다. 소치올림픽 조직위원회도 2월7일 피시트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공식 개막식을 오후 8시14분(한국시간 8일 오전 1시14분)부터 시작해 의미를 부여했다. 오후 8시14분은 20시14분으로 그 숫자가 2014년과 같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최소 4개의 금메달을 따내 종합순위 상위권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다. 김연아(24) 이상화(25) 모태범(25) 심석희(16)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들이다. 소치를 빛낼 한국 선수들과 그 라이벌을 비교 분석해 본다.
김연아의 라이벌은 역시 동갑내기 일본의 아사다 마오(24)다. 주니어 시절부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에서 잇달아 맞대결을 펼쳤다. 물론 시니어 무대로 넘어오면서 김연아가 일방적으로 우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제외하면 2010년대 들어 아사다가 김연아를 이긴 적이 없다. 그래도 여전히 둘은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고 있다. 김연아도 최근 "아사다가 없었다면 나도 발전할 수 없었다.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고 있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한국 피겨의 또 다른 새 역사에 도전하는 셈이다. 역대 올림픽에서 피겨 2연패에 성공한 여자 선수는 노르웨이의 소냐 헤니(1928ㆍ1932ㆍ1936)와 독일의 카타리나 비트(1984ㆍ1988) 등 2명뿐이다. 김연아는 "메달 색깔 보단 밴쿠버에 이어 다시 한 번 올림픽 무대에 선다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했지만, 지난 9월 당한 오른 발등 부상에서 완벽히 벗어난 만큼 '피겨 여왕'의 우승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김연아는 3일부터 5일까지 고양시 어울림누리 빙상장에서 열리는 제68회 전국 남녀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를 통해 최종 리허설을 치른다.
김연아 잡겠다는 아사다, '강수' 통할까
김연아는 피겨 스케이팅이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래 가장 완벽한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계올림픽을 포함해 1908년 런던올림픽부터 피겨스케이팅이 정식 종목에 속해있었으니 100여 년 동안 빙판에 선 수 많은 선수 가운데 김연아가 으뜸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김연아는 점프나 스핀 등 기술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표정과 몸짓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 내는 예술성도 대단히 뛰어나다.
아사다는 이런 김연아를 잡기 위해 비장의 카드를 준비했다. 주무기인 트리플 악셀(3바퀴 반을 도는 점프로 난도가 가장 높음)을 두 차례나 시도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트리플 악셀은 기본점이 8.5점이다. 트리플 점프 중 유일하게 앞으로 뛰고 남자 선수들도 쉽게 성공하지 못한다. 만약 아사다가 소치에서 두 차례의 트리플 악셀을 성공한다면 기술점수(TES)에서만큼은 김연아 보다 앞설 공산이 크다. 김연아의 주무기이자 프로그램에서 한 차례 시도하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은 기본점이 10.10점이다.
정재은 대한빙상연맹 피겨심판이사도 31일 "가산점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해봐야 할텐데, 아사다가 두 차례 트리플 악셀을 깨끗하게 뛴다고 가정한다면 김연아 보다 TES는 조금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내 "지금까지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을 '클린'하게 성공시킨 경우는 많지 않다. 항상 심적 부담감을 갖고 있다"며 "그래도 교과서적인 다른 점프나 스핀, 예술 점수(PCS)를 고려하면 확실히 김연아가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김연아와 아사다의 결정적 차이, 작품성
김연아는 국제 심판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단순한 채점 대상이 아니라 깊은 감동을 선사하는 예술인이다. 정 이사는 "외국인 심판 세미나에 가보면 '나는 김연아의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표현력이 정말 좋다'는 심판들이 참 많다"며 "아사다는 선율이 아름답고 우아한 감정들을 표현해 내지 못한다. 아사다가 트리플 악셀을 포기 못하는 이유도 이런 부분에서 김연아와 대적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일본 언론은 김연아와 아사다를 비교하면서 "이번에는 아사다가 우승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데일리스포츠는 아예 아사다가 상대적으로 심판 채점에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김연아의 점수가 아사다 보다 높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칼럼을 실었다. 다른 매체들도 아사다가 두 차례의 트리플 악셀만 성공시킨다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肄?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희망적인 뉴스를 전했다.
하지만 둘의 차이는 분명하다. 4분10초 간 펼쳐지는 '짧은' 프리스케이팅에서 2시간이 넘는 뮤지컬의 감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건 김연아만이 할 수 있는 연기다. 엄청난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뛰어올라 가볍게 착지하는 '교과서적인 점프'도 놀랍지만 관중과의 호흡, 세밀한 스케이팅, 몸짓과 표정 등으로 심판과 관중의 가슴을 울리는 건 김연아뿐이다.
정 이사는 "최근 들어 많은 선수들이 기술적인 부분을 극복했다. 트리플 러츠나 토우 등 점프를 상당히 잘 뛰는 러시아 선수들이 많다"며 "하지만 이런 선수들은 나머지 것들 을 못한다. 획일화 된 기술만 가진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연아는 밴쿠버 올림픽 때 보다 오히려 발전했다. 그 때는 점프 뛸 때 여유가 조금 없었는데 이제는 점프가 안정적이고 곱다. 또 가볍다"며 "김연아가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피겨스케이팅은 1864년 미국 무용가인 잭슨 헤인즈가 발레에 기반을 둔 예술 동작을 기존의 스케이팅 기술에 가미하면서 새 종목이 만들어졌다. 단순히 스포츠로만 볼 수 없는, 예술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그러나 아사다는 여전히 기술적인 부분에 집착하고 있다. 김연아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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