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나라의 경제 규모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하락한다. 이런 구조적 제약을 극복하고 잠재성장률을 높여 1인당GDP 4만달러에 도달한 국가들은 1인당GDP 3만달러 달성 시기보다 4만달러 달성 시기에 실질GDP 증가율이 더 높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31일 현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인구 1,000만명 이상 국가 중 1인당GDP 4만달러 도약에 성공한 9개 국가의 경우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은 덕에 실질GDP 증가율이 3만달러 도약기 평균 2.44%였으나, 4만달러 도약기에는 평균 2.48%로 높아졌다. 반면 1인당GDP 3만달러 달성 이후 4만달러 도약에 실패한 나라들은 잠재성장률이 급락하며 실질GDP 증가율 또한 낮아지는 공통점을 보였다.
분석 대상이 된 나라는 미국 일본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스웨덴 프랑스 캐나다 등인데, 1인당GDP가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증가하는데 평균 9.6년, 다시 4만달러로 증가하는데 평균 5.6년이 걸렸다.
이들 국가들은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이 60%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등 대외무역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국가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3만달러 도약기 평균 68.2%에서 4만달러 도약기 71.2%로 확대됐다. 고용률도 계속 높아져 2011년 평균 70% 수준을 넘어선 것도 공통점이다. 합계출산율 1.7 이상을 유지, 고령화를 늦추고 경제활력을 확충에 노력한 점도 비슷하다. 투명성 지수(TI) 또한 평균 8.0 내외로 높았다. 국가운영시스템 등 제도적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핀란드 사회협약(1993), 스웨덴 산업협약(1997)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한 문제 해결로 다져진 사회적 자본이 경제성장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반면 그리스ㆍ스페인ㆍ이탈리아는 1인당GDP 3만달러 수준을 넘어선 이후 잠재성장률이 급감하면서 4만달러 도약에 실패했다. 그리스는 2001~2007년 평균 3.7%이던 잠재성장률이 2010년 이후 1.0%로 주저앉았다. 스페인은 3.7%→1.5%, 이탈리아는 0.9%→0.5%로 추락했다. 실질GDP증가율도 3만달러 도약기와 이후를 비교해 그리스(2.6%-3.4%), 스페인(3.6%→-1.1%), 이탈리아(1.4%→0.0%) 모두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들 국가는 내수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제조업 비중이 급감한 공통점이 있다. 1인당GDP 3만달러 도달시 GDP 대비 투자 비중은 그리스 34% 스페인 31%, 이탈리아 21%였으나 2001년에는 각각 16%, 23%, 20%로 떨어졌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경우 제조업의 GDP 대비 비중이 2만달러 시 각각 23%, 17% 였으나, 2010년에는 각각 17%, 13%로 크게 줄었다. 재정 건전성도 나빠졌고, 경상수지 적자 뿐 아니라 출산율ㆍ투명성 지수도가 급락한 점도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6.5%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최근 3%대 중반까지 하락했고,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저상장이 계속되고 있다. 1인당GDP는 2007년 처음 2만 달러를 넘어섰으나 이후 2만달러 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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