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SF소설을 읽고 있다. 1966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소설 속의 한 장면은 이렇다. 20세기 말 아시아에서 소규모 핵전쟁이 일어난다. 이를 지구 종말의 경고로 받아들인 인류는 각고의 노력 끝에 핵무기 폐기, 전면적 군비 축소를 이룬다. 2010년대에는 세계정부가 구성되고, 미래를 위해 지구 총생산의 10%를 우주개발에 할당하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는 다른 2010년대다. 곳곳에서 전쟁과 테러가 일어나고 여전히 핵무기 때문에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현실보다 좀 더 살 만하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아닌가. 아직 어디서도 핵전쟁이 터지지는 않았으니 그래도 이 세계가 더 나은 편인가. 오래 전에 발표된 SF를 읽다 보면 종종 우리가 살아온 것과는 다른 과거, 다른 현재를 만나게 된다. 발표될 때는 가상의 미래였으나 지금 시점에서는 이미 흘러간 시간의 세계. 어떤 소설에서는 1994년에, 어떤 소설에서는 2001년에, 화성에 식민지가 건설되고 목성을 향해 유인우주선이 날아간다. 1988년 지구 전역이 방사능 낙진으로 오염되어 기형의 존재들이 창궐하기도 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늘 기분이 묘해진다. 우리가 속하지 않은 무수한 다른 시간들이 어딘가에서 흘러가고 있을 것만 같다. 그 많은 다른 시간들 속에는 그만큼 많은 2014년도 있겠지. 부디 우리의 2014년이 그중 아주 나쁜 버전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신해욱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