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실업률 6%대 내려가면 소비 회복… 연준, 이례적인 3%대 성장 예상● 중국美-유럽發 회복세에 수출 증가… 성장률 8%대 장밋빛 예상 확산● 일본닛케이 주가 6년여 만에 최고치… 장기 디플레 벗고 회복국면 기대● 유럽-신흥국EU, 지표 호전 속 신중한 낙관론… 브라질·印·러는 자금이탈 우려감
2014년 글로벌 경제는 선진국들이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중국, 일본이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도 침체에서 벗어나는 조짐이 뚜렷하다. 반면 그동안 성장세를 이끌어온 신흥국은 성장률 둔화, 금리상승 전망에 따른 선진국으로의 자금 이탈 등으로 고전할 전망이다.
미국ㆍ중국ㆍ일본 장밋빛 전망
세계 경제의 열쇠를 쥔 미국의 새해 경제전망은 밝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선진국에선 보기 드문 3%대 성장을 예상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성장률 상향조정을 예고했다. 성장의 발목을 잡던 실업률은 지난해 7.0%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 6%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실업률이 떨어지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본격 살아나 성장세가 완연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가 마침표를 찍고 경기회복이 전반적으로 확산될 걸로 본다. 인플레이션(물가인상)은 상대적으로 낮아 초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뉴욕 증시가 50일 이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는 것은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덕분이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좋아진 미국 경제에 최대 악재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당장 내달 국가부채 상한조정 시한만료, 중간선거 등 올해에도 대형 정치적 변수가 예정돼 있다.
중국의 2014년 경제 성장률이 8%대를 기록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최근 몇 년 간의 하락세가 상승 반전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로열뱅크오브스코트랜드(RBS)는 중국의 2014년 경제 성장률이 8.2%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에버브라이트증권도 미국과 유럽의 경제 회복세에 힘 입어 중국의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며, 경제 성장률이 7.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판젠핑(范劍平)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산하 국가정보센터 경제예측부 주임도 1분기 7.4%에서 4분기엔 7.9%로 서서히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2013년 3분기 경제 성장률을 7.8%로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12년 4분기 7.9%를 기록한 뒤 2013년 1분기 7.7%, 2분기 7.5% 등 연속 하락세를 보인 흐름에서 탈피한 것이다. 중국의 11월 수출도 전년동기대비 12.7% 증가한 2,022억달러(213조원)를 기록했다.
대담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하는 아베노믹스에 힘입어 일본은 2013년 한해 모처럼 반짝 경기를 맛보았다. 지난 해 마지막 거래일인 12월30일 도쿄주식시장의 닛케이 평균주가는 1만6,291로, 6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해 초 거래일에 비해 56.7% 상승한 것으로 41년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흐름에 엔화 약세가 더해져 일본 경제가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기지개 켜는 유럽… 신흥국은 그늘
글로벌 금융위기와 재정위기가 겹쳐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유로존에 대해서도 신중한 낙관론이 제기된다. 독일 도이치방크는 지난해 유로존 경제는 0.4% 위축되겠지만 올해는 1%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무제한 국채매입 정책을 발표하며 시장 우려를 상당히 해소한 2012년 8월 이후 진정 국면에 들어선 유로존 경기는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끝에 지난해 2분기부터 성장세로 돌아섰고 경기 호전도를 보여주는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최근 2개월 연속 상승하는 등 양호한 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금융위기 재발의 핵심 방책인 은행연합 구성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희망적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전 ECB 총재는 "유럽이 구조조정 과정을 끝낸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경제 성장을 장담하기도 했다. 특히 비유로존 국가인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유로존 경제의 자생적 회복은 올해도 기대하기 어렵다"(마켓워치)는 비관적 예측도 적지 않다. 유럽연합(EU)ㆍ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5개 회원국 중 아일랜드가 지난해 예정대로 졸업했지만, 올해 6월과 12월 각각 예정된 포르투갈과 그리스의 졸업은 경기회복 부진으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들 국가가 독자적 자금조달이 어려워 신규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시장 불안이 재연될 소지가 크다. 올해 순차적으로 진행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외부적 충격, 그리스·이탈리아 등 경제 위기국의 정국 불안 등도 유로존의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경기 둔화세를 보이고 있는 신흥국들은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당장 지난해 5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벌어졌던 대규모 자금 이탈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흥국의 대표 주자 격인 브릭스(BRICs) 중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브라질은 2008년 이래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있고 인도는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치솟으며 인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도 주요 수출 대상국인 유럽의 경기 부진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 브라질,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터키 등이 올해 대선, 총선,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대거 '정치적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점도 신흥국 경기에 부정적 요인이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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