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에서 잇따라 발생한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로 2월 소치 동계올림픽 저지를 공개 선언한 체첸의 이슬람계 군벌 도쿠 하마토비치 우마로프(50)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러시아의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별명이 붙은 우마로프는 지난 7월 북카프카스 지역의 이슬람 무장단체들에게 동계올림픽을 앞둔 소치를 공격하도록 공개 촉구했다. 우마로프는 체첸 반군 웹사이트에 올린 동영상에서 소치 올림픽을 "조상의 뼈 위에서 사탄의 춤을 추는 것"으로 묘사하면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소치 올림픽을 방해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우마로프는 러시아 남부 체첸 공화국 아치호이 마르탄 출신이다. 체첸은 1991년 조하르 두다예프 주도로 러시아 연방 탈퇴를 선언하고 3년 뒤에 러시아와 맞붙은 제1차 체첸 분쟁을 겪었다. 우마로프는 이때 체첸 독립파의 군대를 이끌어 독립파가 일방적으로 선언해 국제적으로 승인 받지 못한 체첸이츠케리아 공화국 장성에 올랐다. 이후 이어진 체첸 독립 무장 투쟁도 주도하면서 러시아와 대화를 통해 체첸 독립을 꿈꾸던 온건파를 향해 "모스크바와 협상하는 세력은 사살하겠다"고 협박해온 강경파다.
체첸 문제로 고심하던 러시아는 2000년 우마로프가 전사했다는 발표를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기대와는 달리 우마로프는 2년 뒤 체첸공화국 서부전선사령관에 임명됐고 이후 체첸 지역 공무원 유괴, 공공기관 폭파 등 테러를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마로프는 이후 체첸 공화국 야전사령관, 국가보안장관, 부통령으로 승승장구했고 2006면 러시아가 체첸 공화국 대통령을 사살한 뒤 제5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취임 후 그는 체첸 공화국의 군대를 강화하고 2007년에는 '카프카스수장국'이라는 이슬람 국가 수립을 선포했다. 그동안 체첸 독립운동에 이슬람적인 색채를 훨씬 강화한 이슬람 근본주의 국가 건설을 목표로 천명한 것이다.
이후 2009년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간 열차 폭파(20명 사망), 이듬해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 테러(40명 사망), 2011년 모스크바 근교 도모데도보 공항 폭탄 테러(36명 사망)를 모두 자신들의 범행이라고 공표했다. 우마로프는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도 적국으로 선포한 상태이다.
미국 정부는 이미 그의 소재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500만 달러를 주겠다며 추적하고 있다. 급조폭발물(IEDs)을 이용한 테러를 구사하고 있다고 수법까지 밝혔다. 유엔도 2011년에 그를 알 카에다 연계 조직 명단에 올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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