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의 손에 남은 작품은 ‘피아노’ ‘eating’’ ‘winner’ 셋이었다. 셋 모두 자기 개성이 뚜렷했다. 김태우의 ‘피아노’는 선명한 굴곡의 서사와 깔끔한 감각이 인상적이었고, 고문희의 ‘eating’은 정통적이라 할 수 있는 단편소설의 안정적 틀에 바탕해 있었으며, 김현성의 ‘winner’는 활달하고 풍부한 모험심을 지니고 있었다. 안정적으로 자기 세계를 구축해간다면 고문희겠고, 김태우나 김현성을 택하는 것은 선자들로서도 일종의 모험이었다.
논의가 진행되면서 먼저 제외된 것은 ‘winner’였다. 시합 중인 두 권투 선수의 내면을 교차로 묘사한다는 설정과 뛰어난 묘사력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력적이었지만, 맥 빠지는 결말이 문제였다. 결국 승자는 매치메이커일 뿐이라는 결말의 진부함이 묘사력의 매력을 상쇄해버린 때문이었다. ‘피아노’와 ‘eating’ 사이에는 약간의 반전이 있었다. ‘피아노’는 통속적일 수도 있는 할리우드 식 서사를 별다른 무리 없이, 그러나 솜씨 있게 보여주고 있었고, ‘eating’은 혼자 밥 먹는 사람을 위한 동영상 프로그램과 그 사용자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짧지 않은 논의 끝에 선자들은 안정감보다 모험 쪽에 표를 던지게 되었다. 혼자 밥 먹는 남자를 만들어낸 불행의 서사가 과도했던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흔할 수 있는 망가진 천재와 훌륭한 교사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군더더기 없이 담담한 솜씨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택이 모험이 아니었음을 김태우가 장차 증명해주리라 믿는다.
심사위원 은희경, 서영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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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본심 심사를 맡은 문학평론가 서영채(왼쪽) 서울대 교수와 소설가 은희경씨가 당선작을 가리기 위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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