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의 유명 교수가 여성 전공의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제기했다. 그러나 병원 측이 진상 파악보다는 사건을 덮는 데 급급해 미온적으로 처리했다며 피해자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30일 전공의협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0월 26일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파견 종료기념 회식 중 일어났다. 이 병원 성형외과 홍모(46) 교수는 3차로 이동하면서 건국대병원에서 파견 온 A씨와 베트남에서 온 B씨 등 여성 전공의 2명을 억지로 자신의 차에 태웠다. 홍 교수는 차 안에서 이들에게 영어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하고, A전공의의 가슴 등을 만지며 추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 안에는 이들 외에 남성 전공의 1명과 대리기사가 타고 있었다. 사건은 A씨가 서울아산병원에 보고하면서 알려졌다.
서울아산병원은 자체 조사 후 11월 8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홍 교수에 대해 감봉 6개월, 성과급 1년 지급 중지, 임상과장 보직해임 처분을 내렸다. 홍 교수는 이달 19일 겸직하고 있던 기획조정부실장 등에서도 해임됐다. 홍 교수는 성추행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A씨 측은 병원의 징계 수위가 가볍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A씨가 소속된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와 전공의협은 30일 성명을 내고 "교육자로서 자격을 상실한 성추행 지도 전문의를 퇴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도 전문의의 비도덕, 비교육적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피해 전공의를 회유해 사건을 무마하려 한 해당 병원의 대처 역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공의협은 26일 성명을 통해 "전공의 성추행 사건은 반인권적, 반교육적인 전공의 수련 환경의 한 단면"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아산병원 관계자는 "차량에 동승했던 남성 전공의와 회식에 참석했던 전공의 등 8명 모두 성추행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홍 교수에 대한 징계는 사실 관계를 떠나 회식을 주관한 교수로서 책임을 소홀히 한 점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와 전공의협은 홍 교수를 성추행 혐의로 31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할 예정이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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