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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해병대, 아시아태평양 주도권 놓고 으르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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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해병대, 아시아태평양 주도권 놓고 으르렁

입력
2013.12.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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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군과 해병대가 아시아태평양에서 역할 확대를 놓고 내전 상태에 들어갔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투는 육군이 수륙양용군 기능을 추진, 해병대 고유영역을 침범하면서 시작됐다.

육군은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방전략에 따라 2017년까지 현재 54만 병력을 49만명으로 감축해야 한다. 육군은 아시아에서의 역할마저 축소되면 예산과 병력을 추가로 줄여야 할 처지다. 반면 해병대로선 육군의 해병화가 허용되면 존립근거가 약해지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이번 싸움에 임하고 있다.

미군은 아시아에선 원래 육군이 중심 역할을 수행했으나 베트남전 이후 지상전 가능성이 줄면서 해군, 공군의 역할이 확대됐다. 육군은 대신 미국 핵심이익이 걸린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 등을 주도했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가 채택한 아시아 중심전략은 군의 지형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국방부 판 아시아중심 전략인 '공해전투 전략'은 공군과 해군, 해병대에게 중추적 역할을 맡겼다. 대규모 지상전이 아닌 위기상황에는 스텔스 전투기와 폭격기(공군) 연안함(해군) 수륙양용군(해병대)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처음 육군은 아시아 중심 및 공해전투 전략을 무시하고, 중동 중심의 '지상병력 전략'을 고집했다. 하지만 백악관과 국방부가 이를 거부하자 육군에서 '국방예산 전투'에서 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에 레이 오디에르노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7월 태평양 육군사령관을 중장에서 대장급으로 상향시켜, 이라크전의 영웅 빈센트 부룩스를 배치했다. 육군도 아시아 중심 전략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신호였다.

중책을 맡은 부룩스 사령관은 육군의 수륙양용 전략이 담긴 '아시아 통로 제안'을 국방부에 제출했다. 한반도를 제외하면 아시아에서 지상전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육군도 소규모 분쟁이나 자연재해에 대응할 신속하고 효율적인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브룩스 사령관은 이를 위해 아시아에 본토 병력 700여명을 4~6주씩 순환 배치해 24시간 내 위기대처 능력을 키울 것을 요청했다. 그는 "해병대도 이라크, 아프간의 물이 없는 사막에서 육군처럼 작전을 했다"며 육군을 해병대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을 거부했다.

그러나 브룩스 사령관의 제안이 해병대로선 군의 저작권을 침해 당한 것과 같다고 WP는 지적했다. 해병대 한 장성은 이번 사태를 육군의 제2 해병대 창설 기도로 규정하고 "그들은 예산삭감을 막기 위해 국가가 필요로 하지 않는 군을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사실 해병대는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에서 육군보다 많은 병력을 유지하며 브룩스 사령관이 제안한 기능을 이미 수행하고 있다. 지난달 필리핀 하이옌 태풍 피해지역에 가장 먼저 성조기를 들고 파견된 군도 해병대였다.

현재 미국 국방부는 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맞서 추가로 수륙양용 군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 고위관리는 "육군이 그런 능력을 갖출 필요가 있는지는 문제"라며 육군의 역할 확대에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측은 "육군이 자기 힘을 정당화할 역할을 찾고 있다"며 "진정한 육군의 위기"라고 고 관전평을 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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