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도시 볼고그라드에서 30일(현지시간) 전날에 이어 또 다시 자살폭탄 테러로 의심되는 폭발 사고가 발생해 최소 14명이 숨졌다. 전날 기차역 자살폭탄 테러로 18명이 사망한 데 이어 이틀간 3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40일 앞으로 다가온 소치 동계올림픽의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 당국은 이슬람 반군 소행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러시아 전역의 공항 및 철도 보안을 강화했다. 테러 위협이 고조되면서 '역사상 가장 안전한 올림픽'을 공언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곤혹스런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슬람 반군 소행 가능성
두 번째 폭발 사고는 30일 오전 볼고그라드 제르진스키 구역을 운행하던 트롤리버스(무궤도전차)에서 일어났다. 이 사고로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했다. 블라디미르 마르킨 연방수사위원회 대변인은 "버스에 타고 있던 남성 테러범이 폭발물을 터뜨린 것으로 보인다"며 "용의자의 시신을 수습해 신원 확인을 위해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버스가 완파돼 뼈대만 남았으며 버스 주변에는 희생자들의 시신 잔해들이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연방수사위는 이날 사고가 전날 테러와 연관된 자살 폭탄 테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당국은 두 차례 폭발이 유동 인구가 많은 시간대에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버스 폭발 사고는 월요일 아침 출근 시간 대인 오전 8시 25분쯤 발생했고, 전날 사고 역시 연말 여행객으로 붐비는 점심 시간대였다.
수사 당국은 이번 연쇄 테러가 내년 2월 열리는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이슬람 반군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들은 소치 올림픽을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대규모 테러를 경고해왔다. 하지만 이번 테러가 당초 알려진 '블랙 위도우(검은 과부)'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보안기관 관계자는 "전날 기차역 테러 용의자는 슬라브계 남성"이라며 "남부 이슬람 다게스탄 공화국에서 활동하는 반군일 확률이 높다"고 전했다.
연이은 테러로 볼고그라드에서 불과 650km 떨어져 있는 소치 올림픽의 보안에도 비상이 걸렸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소치가 이슬람 반군의 테러 활동이 빈번한 체첸, 다게스탄 공화국과 인접해 올림픽 보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올림픽 일정 차질 우려
동계올림픽 개막을 코 앞에 둔 러시아의 고민은 테러 만이 아니다. 일부 시설 등의 공사 지연과 눈 부족 등으로 정상적인 경기 일정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지난 27일 리아노보스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할 수 없다"며 "현재 모든 경기장은 준비됐지만 기술적 문제로 일부 시설의 완공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소치에 눈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올림픽 기간 중 적설량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 산악지역에서 벌어질 일부 경기 진행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시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월 올림픽 공사 현장을 찾아 스키점프 경기장 건립 일정이 2년 이상 늦어졌고, 비용도 당초 예상인 12억 루블(약 433억원)에서 80억 루블로 치솟았다는 보고를 받고 격노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올림픽 준비 차질의 책임을 물어 아흐메드 빌라로프 소치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을 해임시켰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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