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재임 시절 맡았던 사건의 변호를 수임해 논란을 빚은 고현철 변호사에 대해 서울변호사협회가 30일 상급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 개시를 신청했다. 서울변회에 따르면 고 변호사에 대한 징계 요청 사유는 ▲자신이 공무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공정증서작성 사무에 관여한 사건에 대해 수임을 금하는 변호사윤리장전 17조 위반 ▲품위손상 행위를 금지한 변호사법 24조 위반 등이다.
서울변회의 신청에 따라 변협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고 변호사 측의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근거로 태평양 측에서도 적극적인 소명에 나설 것"이라며 견책이나 과태료 처분 정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변협의 징계에는 견책, 3,000만원 이하 과태료, 3년 이하 정직, 제명 등이 있다.
문제가 된 소송은 LG전자 왕따사건 피해자 정국정(50)씨가 사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민사소송이다. 고 변호사는 대법관 시절 정씨가 LG전자의 해고를 정당하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의 상고심을 맡아 원고 패소 판결했고, 퇴임 후 법무법인 태평양으로 자리를 옮겨 사실상 내용이 같은 민사소송의 LG측 변호를 맡아 논란이 됐다.
정씨는 고 변호사에 대해 공무원 재직 시 직무상 취급한 사건의 수임을 제한한 변호사법 31조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내용이 같아도 행정ㆍ민사소송은 다르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따라 서울변회도 변호사법 31조 위반을 징계 신청 사유로 적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울변회 관계자는 "사실상 대법관 시절 맡았던 사건과 동일한 사건을 고 변호사가 수임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이 부분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사전에 의식하고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