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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넘치고 수작 잇따른 인디 음악계… 새 가능성을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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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넘치고 수작 잇따른 인디 음악계… 새 가능성을 엿보다

입력
2013.12.30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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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루상큼함·발랄함 버리고자기파괴적 새 앨범 선보여"누군가에게 의미를 주고내면 채워주는 음악 하고파"● 프롬정규 1집서 포크팝 벗고공명 강조한 믹싱 등 담아"내 본연의 모습 찾아가며그에가까운 음악 할 것"

2013년 인디 음악계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활약으로 풍요로운 한 해였다. 인디라는 범주에 넣기엔 애매하지만 장필순의 복귀작은 단연코 올해 최고의 앨범 중 하나였다. YG엔터테인먼트 소속 작곡가였던 선우정아는 두 번째 앨범으로 대체 불가능한 재능을 과시했다. 제주 출신 강아솔은 한국 포크 역사에 기록될 수작을 발표했다. 오지은, 요조, 한희정, 이아립, 소히, 야야, 희영 등의 앨범이 줄을 이었다. 그 중 극적인 음악적 변화를 보여준 타루(본명 김민영ㆍ31)와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 프롬(본명 이유진ㆍ28)을 만났다.

타루 "내면의 상처 꺼내 보이니 자연스레 저도 치유됐죠"

'홍대 여신' 3인방으로 불리는 타루, 요조, 한희정이 올해 나란히 앨범을 냈다. 여신이라는 표현이 비아냥거리는 뉘앙스로 바뀐 사이 이들 3명의 싱어송라이터는 과거의 포장을 벗어 던지고 여신 아닌 음악가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타루의 변화는 그 중에서도 가장 극적이었다. 2년 전 펑크 록 밴드 옐로우몬스터즈가 차린 올드레코드로 둥지를 옮긴 뒤 올해 초 정규 3집 '퍼즐'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그의 음악은 어둡고 자기파괴적이지 않았다. 한 달 전 발표한 네 곡짜리 미니앨범 '블라인드'에서 타루는 내면의 심연으로 치닫는다. 상큼하고 발랄한 미소가 아니라 금방이라도 깨질 듯 불안한 내면을 끄집어 내면서.

"서른 될 때까지 한 번도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내 안의 어두움을 밀어내기 위해 밝은 표정으로 살아왔죠. 칭찬도 받고 돈도 벌 수 있어 음악을 했지만 노래에 대한 감흥도 목적도 전혀 없었어요. 왜 이렇게 힘들까, 질문하고 또 질문한 끝에 답을 얻었어요. 종교가 큰 힘이 됐죠. 작은 일에 화낼 필요가 없고, 내가 누군가를 미워할 자격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나는 나를 미워해요 / 좋아해 본 적 없어요 / 나는 모둘 미워해요 / 내 자린 여기 없어요'라고 노래하는 '나는 나를 미워해요'는 자신과 타인에 대한 미움을 고해성사한다. 타루는 내면의 어두움을 하나씩 보여주고 나니 놀라운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나의 치부와 상처가 다른 사람에겐 용기가 된다는 게 놀라웠다"고 했다.

타루가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까지 직접 제작한 앨범에는 큰 실수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예전에 함께 작업하던 기타리스트가 라이브용으로 따온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의 '인 마이 플레이스'의 선율이 '레이니'라는 곡에 그대로 담긴 것이다. "누구 하나 이 부분을 잡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황당했어요. 말이 안 되는 일이잖아요. 이틀간 싸매고 누울 정도였죠. 앨범 자체가 제게 상처인 셈이죠. 이제 많이 회복했어요."

타루는 내년에도 부지런히 움직일 예정이다. 다음달 25, 26일 홍대 인근 클럽 벨로주에서 단독 콘서트를 한 뒤엔 봄에 어울릴 만한 새 앨범도 구상하고 있다. 요즘은 음악하는 게 즐겁다는 그는 "단지 배경이 되는 음악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미를 주고 내면을 채워주는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프롬 "나 자신으로부터 나오는 음악 들려드릴게요"

신인 싱어송라이터 프롬은 정식 데뷔하기 전부터 주목 받았다. 대형 록페스티벌 무대에 여러 번 섰고 전도유망한 신인 음악가에게 돌아가는 EBS 헬로루키에 꼽히기도 했다. 목소리가 독특하고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뚜렷한 이목구비와 170㎝를 훌쩍 넘는 키로 인해 '새로운 홍대 여신'이라는 찬사까지 나돌았다.

프롬이 최근 내놓은 정규 1집 '어라이벌'은 국내 인디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의 음악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그는 기타 위주의 포크 팝에서 벗어나 풍성한 악기 배치와 공명을 강조한 믹싱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인디 팝을 제시한다. 캐나다 출신 여성 싱어송라이터 파이스트를 연상시키는 곡도 있다. 모든 곡은 그가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도맡아 완성했다.

'나로부터 나오는 이야기'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은 프롬(Fromm)은 데뷔 앨범을 자신의 이야기로 채웠다. 대학을 중퇴하고 음악을 하기 위해 부산에서 무작정 상경했던 7년 전의 기억, "나만 이방인이고 모두들 자연스러워 보이던 그 때의 고독과 두려움"을 노래로 옮겼다. 첫 곡 '도착'에서 그는 '낯선 도시 길 위에 / 서 있는 내가 보여요 / …… / 새들도 걸어 다녀요 / 표정도 좀 새침해요 / 자연스러워 보여요 / 나만 빼고 그래요'라고 노래한다.

"무엇이든 잘하고 항상 밝은 아이였지만 정작 자신감이 없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무기력감에 주변을 맴돌았다"는 소녀는 먼 길을 돌고 돌아 자신의 길을 찾았다. "20대에 아무 생각 없이 살지 몰랐어요. 인생을 변화시키려면 뭔가에 도전을 해야 했어요. 오디션을 보고 기획사에 들어가기도 했고 직장인으로 살다 음악을 포기할 뻔도 했죠. 많이 헤맸는데 20대 후반이 돼서야 제 할 일을 찾은 듯한 느낌이 들어요.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프롬의 음악은 아주 색다르다. 정규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덕분이다. 그는 "멜로디를 만든 뒤 그에 맞는 코드를 찾아서 곡을 완성하는 편이어서 세션 연주자들이 힘들어 한다"며 웃었다. 삼성 갤럭시 광고 음악 프로듀서인 앤디 로젤룬드가 공동 프로듀서로 참여해 그를 도왔다.

내년 2월 14, 15일에는 클럽 벨로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단독 콘서트도 할 예정이다. 그는 듣는 사람이 상상을 할 수 있는, 여백이 있는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다. "제 본연에 가까운 음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제 본연의 모습이 어떤 건지 모르겠어요. 그걸 찾아가는 게 목표죠."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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