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님~!" 수화기너머 달콤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금세 땅부자가 되거나, 보험 하나로 든든한 미래를 설계하거나, 최신형 휴대폰을 헐값에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막상 몇 차례 "네" "네" 응대한 뒤 이면에 도사린 조건과 상술을 파악하고 나면 "또 속았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판매권유 전화를 대하는 최선의 방책은 "네, 죄송합니다. 필요 없습니다" 하고 정중히 끊는 것이었다. 가끔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은 게 걸려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무차별, 무분별한 전화권유판매(텔레마케팅)로부터 해방되는 길이 열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달 2일부터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 등록사이트(www.donotcall.go.kr)를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방법은 간단하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 본인 확인과 휴대폰 인증을 하면, 현재 사이트에 등록된 3,198개 업체(2012년 기준 신고업체는 5,500여개) 모두로부터 전화권유를 받지 않게 된다. 원치 않는 개별 전화번호를 지정하는 휴대폰의 스팸 차단기능과 달리, 아예 본인 전화번호를 등록해 모든 전화권유판매업자의 전화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전화를 받고 싶은 업체가 있다면 검색을 통해 수신 가능으로 바꿀 수도 있다. 수신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전화가 오면 등록시스템을 통해 업체에 해명 요청을 하거나 위반행위를 신고할 수 있다.
등록된 전화권유판매 업체는 등록시스템 내역을 살핀 뒤, 수신거부 의사를 밝힌 소비자에겐 전화 마케팅을 삼가야 한다. 월 1회 이상 대조 내역이 없거나, 소비자 의사에 반해 전화권유판매를 하면 과태료 등의 처분을 받는다.
다만 처벌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법 상 지방자치단체가 업체의 해명 여부를 일일이 살펴야 하는데다, 신고를 하려면 녹음파일 등 증빙자료를 소비자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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