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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지난 1년 국민은 불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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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기획] 지난 1년 국민은 불행했다

입력
2013.12.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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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지난해 12월 한국일보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 1,048명이 꼽은 '행복의 조건'은 ▦사회양극화와 빈부격차 해소 ▦청년일자리 창출 ▦성폭력∙학교폭력∙흉악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통한 주거 안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였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지난 1년 동안 이런 항목들이 오히려 크게 악화했다고 보았다. 각 항목이 개선됐는지 악화됐는지를 시민 1,324명에게 다시 묻자 '안전한 사회'만 별 변화가 없다(42.1%)는 응답이 가장 많고 나머지 4개 항목은 모두 응답자의 과반이 1년 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평가가 박한 데에는 통계 지표상 실제로 악화했거나 역주행 정책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산 결과로 분석된다.

평가가 가장 박한 항목은 사회양극화 해소다. 3명 중 2명(67.0%)이 1년 전보다 악화했다(많이 악화 51.7%, 조금 악화 15.3%)고 응답했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애초에 여당이 공세적으로 복지와 경제민주화 정책을 공약했지만 올 한 해 동안 후퇴하거나 번복했기 때문에 실망감이 큰 것"이라고 풀이했다.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복지 정책은 미완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민주화는 애초부터 산업 구조를 바꾸기보다 거래 투명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다 지난 24일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금지 법안을 끝으로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사실상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 완화를 더 이상 기대하기가 어렵다. 기초노령연금 개정, 4대 중증질환 건강보험 지원,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 등 복지약속도 상당부분 후퇴했다.

실제로 양극화가 심해지기도 했다.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소득 5분위 배율'은 5.05배로 지난해 4.98배보다 악화했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소득으로 나눈 5분위 배율은 대표적인 양극화 지표로 쓰이는데, 숫자가 클수록 양극화가 심한 것이다. 소득 하위 20%의 부채도 1년 전보다 24.6%가 늘었다.

청년 일자리 창출은 57.9%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청년층 고용률이 떨어져서보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커 보인다.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15~29세 고용률은 40%로 전년 동월 대비 0.5%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50대 고용률은 74.4%로 21년 만에 최고치에 올라섰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일자리 40만개가 늘었다고 하지만 50대 이상 장년층이 고용시장을 주도하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청년층이 취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저런 정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비정규직 비율은 지난해 33.3%에서 올해 32.3%로 줄었지만 국민들은 별로 체감하지 못하는 듯했다. 응답자의 52.1%가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고 대답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정책이 복잡다단해진 비정규직 범위를 다 아우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올해 노동계 핵심 문제인 대기업 사내 하청의 경우 하청업체 근로자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지만 통계 조사항목에서 정규직으로 분류된다"며 "기존 통계 기준으로 파악하지 못한 비정규직 문제들이 늘어 국민 체감과 통계의 괴리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여건에 대해서도 59.7%가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부동산 매매가는 안정세라지만 폭등하는 전월세 값에 대한 불안이 더 큰 타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월세 가격이 폭등해 집 없는 서민들은 고통을 더 겪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0년 인구주택 총조사 기준으로 우리국민의 주택 보유 유형은 자가주택 54%, 전세 21%, 월세 21%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도 취득세 감면, 양도세 5년간 면제(4ㆍ1 부동산대책), 취득세 영구 감면, 공유형 모기지(8ㆍ28 전월세대책) 등 매매를 활성화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춰 서민의 고통에 호응하지 못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전국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68.5%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유일하게 평가가 나쁘지 않은 응답은 안전한 사회 구축이다. 황지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범죄동향 통계연구센터 부연구원은 "올해는 지난해 오원춘 사건 같은 떠들썩한 범죄이슈가 없었던 데다 정부의 4대악 근절 캠페인이 심리적인 위안을 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살인, 강도 발생 건수는 5,677건(2010년) 5,198건(2011년) 3,582건(2012년)으로 해마다 줄었다.

신광영 교수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박근혜 정부 1년 평가로도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 수출위주로 경제성장이 이뤄져 정부가 강조한 성과들을 서민들이 체감할 수 없는데다 이념 논쟁 같은 정치 갈등으로 이전과 상황이 비슷한데도 더 나빠졌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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