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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다녀 간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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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다녀 간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

입력
2013.12.30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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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어려운 이웃에게 써달라며 거액의 뭉칫돈을 놓고 사라졌던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00년 4월 첫 성금을 기부한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4년째 몰래 선행을 베풀어 세밑을 따뜻하게 하고 있다.

30일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15분쯤 40대 후반의 남성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이 남성은 "주민센터 앞 화단에 있는 '얼굴없는 천사 비' 옆에 돈을 놓았으니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짤막한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에 달려가 보니 돼지저금통과 현금 뭉치가 들어 있는 종이상자 하나가 놓여있었고, 상자 안에는 5만원권, 1만원권 지폐와 100원짜리 동전 등 모두 4,924만6,740원이 들어있었다. 상자 속 A4 용지에 큼지막하게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어렵더라도 힘내시고 새해 복 많이 많으세요"라고 적힌 메모도 들어 있었다.

성금이 놓여 있던 '얼굴없는 천사 비'는 2009년 12월 전주시와 노송동 주민들이 '얼굴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자 세운 것으로 지난해에도 이곳에 돈이 놓여 있었다. 기념비에는 송하진 전주시장이 직접 붓글씨로 쓴 '얼굴 없는 천사여, 당신은 어둠 속의 촛불처럼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 만드는 참사람입니다. 사랑합니다'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주민센터측은 성금을 전달한 시점,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종합해볼 때 2000년 이후 매년 찾아왔던 그 '얼굴없는 천사'가 맞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남성은 성탄절 전후 매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 14년간 모두 15차례(2002년 두 차례)에 걸쳐 3억4,699만7,360원을 기부했다.

전주시와 노송동 주민들은 매년 이어지는 '얼굴없는 천사'의 기부를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에서 따온 10월4일을 2011년부터 '천사의 날'로 지정, 독거 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송하진 시장은 "해마다 익명으로 거액을 내놓는 '얼굴없는 천사'의 영향으로 유독 전주에는 보이지 않게 남을 돕고자 하는 숨은 선행이 많다"면서 "남몰래 좋은 일을 하겠다는 것이 그의 뜻인 만큼 앞으로도 지나친 관심이나 부담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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