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간 주택공급량을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2022년까지 주택을 연평균 39만호씩 공급할 계획인데, 지난 10년간 연평균 공급량의 78% 수준이다. 공급확대 정책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에 방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의 제2차 장기주택종합계획(2013~2022년)을 30일 발표했다. 장기주택종합계획은 주택정책의 분야별 중장기전략을 제시하는 주택 분야 최상위 계획이다.
계획에 따르면 정부 주택정책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된다. 정책 목표가 수십 년 만에'양적 확대'에서 '질적 주거복지 확산'으로 바뀌는 것이다. 예컨대 월세가 전세를 대체함에 따라 정부는 주거급여(주택바우처), 월세 소득공제, 월세 지급보증 등을 통해 월세난을 해소할 계획이다. 또 월세를 포함한 임대차시장 구조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조사법을 개선하고 관련 통계를 만들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일시적인 깡통전세 피해를 막기 위해 전세금반환보증,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최우선변제금 확대도 함께 추진된다.
국민주택기금 역시 변화하는 주택시장에 맞게 대상을 늘린다. 정부는 기금 지원을 신규 주택건설에서 주거지 재생으로 확대해 꾸준히 늘어나는 노후주거지의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정비사업의 공공성을 높일 방침이다. 활용처가 늘어나는 만큼 국민주택기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담 운용기관을 지정하고 관리방식도 개선한다.
공공임대주택도 도심에 집중 건설된다. 그간 도시 외곽에 건설된 공공임대주택이 드러낸 계층분리 교통불편 등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서인데, 공공기관의 재무여건 등을 감안해 공급수단도 다양화한다.
행복주택 대상지를 도심의 노후주거지로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더불어 민간의 여유자금을 끌어들여 민간 임대시장을 활성화하는 한편 세제ㆍ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준공공임대 방식으로 공공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김흥진 주택정책과장은 "1~2인 가구 증가와 임대수요 증가 등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문화 변화 등 주택시장 여건의 변화를 감안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택공급 규모 축소다. 연 39만 가구(수도권 22만·비수도권 17만호) 공급 계획은 지난 1차 계획(2003~2012년)보다 연평균 11만 가구 줄어드는 것으로 10년간 공급량 감소치는 110만 가구에 달한다. 특히 1차 계획의 연평균 공급량이 당시 주택 수요(연 44만 가구)보다 많았기 때문에 이번 규모 축소는 시장의 과잉공급을 줄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날 국회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폐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내년 부동산시장의 주택거래도 다소 활성화할 전망이다.
이밖에 정부는 주거품질 향상을 새로운 정책목표로 정했다. 주택정비사업의 초점도 물량 확보보다 원주민의 재정착과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하는 데 맞췄다. 에너지 절약 주택 등 미래주택 보급 방향, 노후 단독·다가구 주택의 개·보수 및 관리 활성화, 리모델링, 장기수선계획 내실화, 장수명 주택 활성화 등이다.
국토부는 주택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장기계획의 적합성을 높이기 위해 5년마다 수정 장기계획의 수립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