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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12월 31일] 철도파업 대응원칙 옳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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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12월 31일] 철도파업 대응원칙 옳았나

입력
2013.12.30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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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기자들이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하는 가장 큰 일 가운데 하나가 10대 뉴스 선정이다. 언론사마다 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작은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그 해를 뜨겁게 달군 충격적인 사건 사고나 사회 갈등을 증폭시킨 뉴스를 우선 순위에 올리기 마련이다. 올해도 국내 뉴스로는 대선 불복 논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철도노조 파업 사태 등 온통 사회 갈등에서 비롯된 이슈들이 대다수 언론사의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그나마 세밑을 심란하게 만들었던 철도노조 파업이 정치권 중재로 타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1년 내내 대선 불복 논란을 둘러싸고 정쟁에만 몰두하던 여야가 오랜만에 손을 맞잡고 사태 해결에 발벗고 나선 점도 평가할 만하다. 정치권이 큰 틀의 화해를 성사시켜 온 국민에게 뜻 깊은 새해 선물을 안겨주길 기대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철도노조가 정치권에 손을 내밀기까지 정부가 대처한 방식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파업이 22일의 최장 기록을 달성하는 동안 대화와 타협보다는 강제력을 동원하며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로 일관해 온 측면은 간과할 수 없다.

우선 철도산업의 경쟁체제 도입이 정책 목표였다면 정부로서는 사전에 충분한 설명과 설득을 통해 파업 사태라는 갈등을 막았어야 했다. 특히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과 막대한 적자, 고임금 구조 등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개혁의 필요성을 감안하면 정부가 왜 논리적 카드로 여론전에 나서지 않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도리어 정부는 노조의 파업 예고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의결을 강행하고 노조의 파업 돌입에 4,000여명의 직원을 직위해제하는 강수로 맞섰다.

파업 이후 대응도 일방통행이기는 마찬가지였다. 'KTX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 추진 의도'라는 철도노조 주장에 정부는 "민영화는 절대 아니다"는 말만 거듭하며 신뢰의 카드를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 정책의 목표가 민영화에 있지 않다면 왜 속 시원히 말하지 않았는지 역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정부가 5,000여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지도부 체포에 나섰다 실패함으로써 오히려 정부의 권위만 상실한 대목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심지어 불교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마련한 중재의 장을 서둘러 접은 것은 불통의 인식만 강하게 남겼다. 조계사로 피신한 노조 지도부가 종교계를 향해 구원의 손길을 요청한 것은 사실상 수세적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는데도 일말의 아량도 없이 중재 결렬을 선언해 버렸다. 사회갈등의 조정자로 나선 종교계의 노력을 수포로 돌린 것은 향후 사회적 논의기구의 입지마저 축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도리어 우려스럽다.

일련의 과정을 보면 정부는 처음부터 소통과 대화를 통한 타협보다는 법과 원칙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앞서 밀양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주민들과의 갈등 당시 대응방식과도 흡사하다. 어쩌면 원칙을 중시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맥이 닿아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현재로서는 공기업 개혁을 위한 원칙적 대응이 철도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귀결됨으로써 정부가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대응방식만 놓고 보면 정부는 국책사업의 갈등관리에 실패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이번 철도 파업은 노조의 집단적 이해와 함께 철도산업의 민영화라는 정책적 가치 충돌까지 개입된 복합적 갈등사안이어서 처음부터 신중하고 치밀한 접근방식이 필요했다. 과거 정부에서 철도노조 문제 해결에 번번이 실패한 것도 갈등구조의 복합성과 관련이 없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부의 일방통행식 대응이 박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효과를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모쪼록 정치권의 철도파업 사태 해결 노력이 원만한 해법을 도출하고 내년 10대 뉴스 선정 때는 '불통정부'라는 이슈를 올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김정곤 정치부 차장대우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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