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ㆍ텍사스)가 2013년을 최고의 한 해로 장식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더스티 베이커 전 신시내티 감독의 존재였다.
추신수가 몸에 맞는 볼로 온 몸이 성하지 않고 슬럼프가 찾아와 힘들 때 곁에는 언제나 베이커 감독이 있었다. 자신의 선수 시절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려는 진심 어린 조언은 추신수를 일으켜 세웠다. 비록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여운은 강했다.
이제 추신수는 내년부터 새로운 수장을 만난다. 바로 론 워싱턴 텍사스 감독이다. 28일 입단식 때 처음 만났지만 워싱턴 감독에게서 베이커 감독의 느낌이 물씬 났다. 추신수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단식 전에 감독님과 단장님 등 텍사스 관계자 5명과 점심에 미팅을 했는데 마치 베이커 감독님이 앞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을 먼저 생각해주는 자세나 얘기할 때 제스처 등이 베이커 감독님과 많이 닮았다”면서 “만난 시간은 얼마 안 됐지만 마음이 편하고 느낌도 정말 좋았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과 호흡이 잘 맞을 것 같다”며 “내년 스프링캠프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추신수는 이미 워싱턴 감독과의 대화를 통해 내년 시즌 포지션과 타순 계획을 들었다. 올 시즌처럼 공격 첨병 역할인 톱 타자를 수행하고 수비는 좌익수를 맡을 예정이다. 워싱턴 감독은 추신수에게 “지명타자는 딱 한 명만 고정해서 기용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추신수를 비롯해 프린스 필더, 애드리언 벨트레 등 주축 타자를 번갈아 가며 지명타자로 내세워 체력 안배를 해주겠다는 의도다.
추신수는 “올 시즌 우익수에서 중견수로 포지션을 이동하면서 표현은 안 했지만 굉장히 부담됐다”며 “코너 외야수보다 힘든 중견수를 했는데 내년에는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비 위치나 타순은 걱정 안 하고 자신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추신수는 베이커 감독과의 감명 깊은 일화를 소개했다. 시즌을 앞두고 베이커 감독에게 “사람들은 야구를 즐기라고 하는데 대체 즐기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우리는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돈을 벌고 있는 수 많은 선수 중 한 명이다. 무엇을 더 원하느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바로 인조이 베이스볼(Enjoy Baseball)”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추신수는 “굉장히 가슴이 뜨거워졌다. ‘많이 받으면 뭐하나 주는 것만큼 기쁜 일은 없다’는 감독님의 말이 떠올라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방법을 찾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지만 시간을 갖고 하나 하나씩 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hksp.co.kr
김지섭기자 onion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