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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공영방송!

입력
2013.12.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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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에 돌던 농담은 현실이 됐다.

“예전 KBS 역할은 SBS가, 예전 MBC 역할은 JTBC가 하고 있다. 예전 SBS 역할은 tvN이 하는데, 도대체 KBS와 MBC는 어디로 갔나?”

국정원 대선 개입 등으로 시끄러웠던 2013년 계사년엔 민영방송 SBS가 공영방송 KBS, MBC보다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방송계에 떠도는 농담을 빌어 설명하자면 KBS는 ‘1박2일’로 놀러 갔고, MBC는 ‘아빠 어디가’라며 헤매고 있는 셈이다.

케이블 TV의 큰손 CJ E&M은 드라마 와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앞세워 지상파와 케이블의 벽을 좁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국 2주년을 맞은 종합편성채널 JTBC는 손석희 앵커를 앞세운 를 통해 보수 일변도였던 종편 뉴스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공영방송 뉴스 실종

종편 JTBC와 민영방송 SBS의 뉴스는 올해 유독 칭찬을 많이 받았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는 19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중징계(관계자에 대한 징계 및 경고)를 받았다. 방통심의위는 법무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보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여론조사 결과를 객관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역설적으로 시청자는 를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뉴스 프로그램으로 손꼽고 있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이 11월에 “JTBC와 삼성의 관계 때문에 출연을 결정하는 게 곤혹스럽지만 만한 보도 프로그램이 없기에 출연을 거부할 수 없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까닭에 시청률은 3%에 육박하고 있다.

SBS가 공영방송 KBS, MBC보다 더 공정하다는 평가는 한국언론학회 전체회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나왔다. KBS와 MBC 뉴스에서 빠지거나 축소되는 보도를 SBS가 전달했다는 이유에서다.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한 KBS 모 기자는 “솔직히 요즘 지상파(TV) 3사 가운데 SBS가 가장 뉴스를 잘 만든다”면서 “공영방송인 KBS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영방송 KBS와 MBC 뉴스는 침묵하거나 친정부 성향을 보이는 동안 SBS 뉴스는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리며 공정한 방송의 대명사가 됐다. KBS와 MBC 기자 가운데 “우리(KBS와 MBC) 뉴스를 봐서 뭐합니까”라고 반문하는 이도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SBS를 비교 대상으로 삼아 뉴스모니터를 발행한다. 예를 들자면 ‘SBS(뉴스)는 이렇게 보도했는데 우리는 미흡했다’는 식이다. 이런 분위기는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발행하는 민실위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욕하면서 본 드라마

공영방송 MBC 드라마 가운데 일일극 (극본 임성한ㆍ연출 김정호)는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로 손꼽힌다. “암세포도 생명이다.” “절을 하면 동성애자도 이성애자가 돼!” “우리 셋이 같이 살아요.” 상식 밖의 대사는 시청자로 하여금 혀를 차게 했다. 오죽했으면 주인공 전소민이 30일 KBS 에 출연해서 “그 자극적인 신, 제가 할게요. 느낌 아니까”라는 말로 방청객을 웃겼을까?

현재 월화극 시청률 1위인 (극본 장영철ㆍ연출 한희)도 고려 정복을 지시한 기황후(하지원)와 충혜왕(주진모)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제작진은 “기황후에 관한 기록이 단출하고 원나라의 역사 자체가 많지 않아 내용은 전적으로 작가의 창작에 의한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버지의 여인까지 욕을 보였던 폭군 충혜왕을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임금으로 포장해 비판을 자초했다.

공영방송 KBS는 기획 단계에서 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또 다른 공영방송 MBC는 막장을 넘어 역사 왜곡 드라마라는 비판까지 감수하고 를 선택했다. MBC 일일극 도 역사 왜곡 논란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이런 까닭에 MBC는 시청률에서 성공했지만 공영방송 노릇을 똑바로 못했다는 구설에 올랐다.

KBS와 SBS는 각각 연속극과 미니시리즈에서 강세를 보여 지상파 TV 드라마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케이블 TV 드라마도 꽤 선전했다. 봄에는 JTBC 주말극 (극본 김수현ㆍ연출 정을영)가 두자릿수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했고, 겨울에는 tvN (극본 이우정ㆍ연출 신원호)가 시청률 10%를 돌파했다.

●케이블 예능 약진

KBS 과 SBS 은 여전했고, 을 앞세운 MBC는 와 로 일요일 예능을 장악했다. 그러나 2류 취급을 당하던 케이블 TV 예능도 괄목상대할 정도로 발전했다.

지상파 TV를 위협한 케이블 TV 예능은 JTBC에서 많이 나왔다. JTBC는 새로운 토크쇼 과 , 그리고 숨은 가수를 찾는 와 까지 선보여 종편의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한 혀들의 전쟁’ 은 김구라와 강용석 전 의원,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을 앞세워 시사 문제를 다루면서 박지윤, 이윤석, 허지웅, 김희철 등을 내세워 연예 소식까지 갑론을박하며 시청자의 눈과 귀를 모았다. SBS 아류로 불렸던 은 화요일 예능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SBS 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케이블 TV 예능이 지상파 TV 예능을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한 이유는 뭘까? 아무래도 KBS와 MBC 등에서 일했던 고급 인력을 꼽을 수 있다. 을 기획한 여운혁 책임프로듀서(CP)와 를 연출한 조승욱 PD는 각각 MBC와 KBS 예능국에서 잔뼈가 굵은 예능 전문가. tvN 와 를 기획한 이명한 CP와 연출자 나영석 PD, 이우정 작가 등도 KBS 예능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인재였다.

이상준기자

한국스포츠 이상준기자 ju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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