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담배 피는 사진을 공개,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자 1면에 김정은의 군부대 격술훈련 참관소식을 전하며, 그가 한 손에 담배를 들고 있는 사진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노동신문이 김정은의 흡연 모습을 1면 머리기사로 게재한 건 처음이다.
어릴 적부터 애연가로 알려진 만큼 김정은의 흡연 장면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10월에도 인민체육대회 남자축구 결승전에서, 부인 리설주가 임신 중인데도 옆에서 담배를 필 정도였다. 하지만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분위기를 다잡는 시점에 흡연 장면을 공개한 데에는, 북한 정권이 노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갓 서른 살인 김정은이 정치ㆍ사상적으로는 '최고 존엄'이라는 걸 사진 한 장으로 각인시키려 했다는 해석이다. 남한(30% 내외)의 두 배에 육박하는 흡연율(52.3%)이 보여주듯 성인 남성 대부분이 담배를 즐기는 북한에서 흡연은 가부장적 위계 질서를 그대로 반영한다. 남한에서도 1960~70년대에는 연장자 앞의 흡연이 금기시됐던 것처럼, 공개 석상의 거침없는 흡연 장면을 통해 김정은이 북한을 안정적으로 통치하는 최고 권력자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담배를 매개로 한 이미지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장거리 로켓 발사 때도 김정은이 담배를 피우며 대형 스크린의 로켓 궤적을 주시하는 장면이 공개됐고, 올해 1월 말 유엔 대북제재에 반발해 열린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협의회'에서도 김정은은 담배를 피우며 지시를 내렸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실제적이고 강도 높은 중대조치를 취할 단호한 결심을 표명했다"고 전했고,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2월 중순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요컨대 북한이 거의 1년 만에 김정은의 흡연모습을 공개한 건 최고사령관 등극 2주년(30일)을 앞두고 유일 영도체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과 맥락인 셈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29일 "주민들에게 나이 어린 김정은의 여유를 강조하고 체제 안정감을 과시하기 위해 담배를 일부러 드러내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와 달리 김정은이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담배에 매달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담배를 피우면서 발을 심하게 떤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