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에는 조금 특별한 원예농장이 있다. 수 천평의 하우스 안에서 채소, 화초, 나무 등을 가꾸는 모습은 여느 농장과 다를 바 없지만, 직원구성이 확연히 다르다. 대부분탈북자들과 지역 저소득 주민으로 구성된 이곳은 SK이노베이션이 기획부터 설립,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한 사회적 기업 '행복한 농원'이다.
2011년 탄생한 행복한 농원은 사회적 기업답게 일자리는 물론, 학생들을 위해 현장학습체험 기회와 편의시설을 제공한다. 특히 인천, 대전, 충남 서산시등 SK이노베이션 사업장이 자리잡은 지역 관내 사회복지시설에 정원이나 동산을 꾸며주는 '행복한 동산'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업체 관계자는 "계열사인 SK임업 출신 임직원이 운영을 맡아 조경 방법과 운영체계를 전수 받고 있다"며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사회공헌모델로 자리잡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의 사회공헌 활동은 크게 '사회적 기업 지원'과 '협력사 동반성장' 두 가지로 요약된다. 대기업인 만큼 사회적 기업에 경영 노하우와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공유하고, 자본마련과 판로개척에 애를 먹는 협력사들의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이다.
먼저 사회적 기업 지원은 2008년 통일부 주도로 비정부기구(NGO)와 함께 탈북자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정부가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NGO가 기업 설립에 필요한 실무를 맡으면, SK이노베이션이 예산 지원에 나서는 식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사회복지법인 열매나눔재단과 함께 설립한 박스제조기업 메자닌아이팩, 친환경블라인드 제조기업 메자닌에코원이다.
지원은 판로확대로도 이어져, 올 7월 서울 서린동 본사 앞에서 국내 처음으로 사회적 기업을 위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팝업스토어는 제품이나 기업 브랜드 홍보를 위해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한두달 간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에서 운영하는 매장을 말한다.
글로벌 기업인 만큼 사업을 진행중인 해외에서도 성과를 냈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남미 페루에 글로벌 사회적기업 농촌진흥센터 야차이와시를 설립한 것이다. 농촌 빈민가구가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농업기술과 장비를 지원하는 기업으로, 현지 당국과 대학, NGO 등이 결합해 2호점까지 개설했다.
향후 지원 방향은 기업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생태계 조성 및 사회적 경제 활성화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함께 국내기업 최초로 올 8월 사회적 기업, 마을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등의 사업 아이템을 발굴ㆍ지원하는 '사회적 경제 공모행사'를 열었다. 이를 통해 총 4개 기관의 아이디어를 선정해 앞으로 1년 간 총 6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또한 전문가 그룹과 협력해 맞춤형 컨설팅도 제공할 예정이다.
사회공헌의 또 다른 한 축인 '협력사 동반성장'은 기술 및 자금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2011년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들과 함께 '동반성장사무국'을 만들었다.
사무국의 대표적 성과가 바로 동반성장펀드 378억원을 조성해 43개 협력사에 대출 지원 등 금융 혜택을 제공한 일이다. 이어 한국정책금융공사, SK증권, SK텔레콤 등과 함께 1,0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 사모펀드(PEF)'도 만들어 협력사에 대규모 직접 투자를 할 수 있는 발판까지 마련했다.
기술지원에도 적극적이다. SK종합화학은 145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공동 기술개발을 통한 설비 국산화, 공동 특허출원, 고부가 제품 개발, 해외시장 동반 진출 지원 등을 추진했
다. 혜택을 받은 한 협력사는 석유화학 제품 생산공정에 투입된 열을 재활용하는 열교환기 장비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해 연 132억원의 매출 증대 효과를 거뒀고, 업계에 약 257억원의 수입 대체 효과를 가져다 줬다.
동반성장에 대한 SK종합화학의 의지는 올 10월 산업통상자원부, 동반성장위원회, 중소기업청이 공동주최한 '동반성장주간' 기념식에서 신제품ㆍ신기술 공동개발, 특허 출원, 생산성 향상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것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을 하려면 협력사의 본질적인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필수"라며 "앞으로 중소기업과 성과 공유를 통해 동반성장이 기업경영의 한 축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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