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밤 전격적으로 수서발 KTX 운영법인의 철도운송사업 면허를 발급한 가운데 철도노조 측이 노ㆍ사ㆍ민ㆍ정이 참여해 면허 발급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구성된다면 파업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은 29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국토교통부의 면허 발급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포함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만들어지면 파업을 접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면허 발급 다음날인 28일 우리가 교섭을 요구했다는 것은 대화로 파업 사태를 해결하자는 뜻"이라며 "철도 분할에 동의하지 않지만 이 기구는 철도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논의기구에는 코레일 노사, 국토부, 전문가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김 위원장은 덧붙였다.
철도노조는 그동안 정부에 ▲수서발 KTX 법인 설립 철회 ▲면허 발급 중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산하 '철도발전 소위' 구성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고소ㆍ고발과 직위해제 등 노조탄압 중단을 요구해왔다. 이번 제안은 법인 설립과 면허 발급이 모두 이뤄진 상황에서 노조 측이 정부에 파업 철회를 위한 명분 제시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종교계의 중재 노력도 주목된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ㆍ대표회장 김희중 천주교 대주교)에 속한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대표들은 30일 오후 서울 경운동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회동해 철도 파업 사태의 해법을 모색한다. 모임에는 자승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희중 한국천주교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위원장, 남궁성 원불교 교정원장, 박남수 천도교 교령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장은 건강상 이유로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계 관계자는 "종단 대표들이 사회적 약자를 보듬고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합의 씨를 뿌리기 위해 정부에 대승적인 양보를 촉구하고 노조에도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종단 대표들이 공동 입장문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강경 대응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회적 논의기구 구성 제안에 대해 "의제에 면허 발급의 타당성이 포함된다면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김경욱 국토부 철도국장은 "노조가 면허 발급과 관련해 발목잡기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코레일의 노조 압박도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코레일은 전날 철도노조 집행부 490여명에 대해 파면ㆍ해임 등 중징계를 전제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민ㆍ형사상 책임과 손해배상에 따른 구상권까지 청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국토부는 필수공익사업장에서 장기간 파업 시 주동자는 물론 단순 참가자까지 직권면직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안까지 검토 중이다. 코레일은 철도파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기관사의 대체인력 147명을 우선 채용해 교육한 뒤 이르면 다음달 6일부터 현장에 투입하고, 열차 승무원 50명도 추가로 채용할 예정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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