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 도시 볼고그라드의 기차역에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가 29일(현지시간) 발생했다.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45분쯤 볼고그라드 기차역 1층 출입구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나 경찰과 시민 등 최소 18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부상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이번 폭발 사고가 테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폭발물을 감지하기 위해 역사 출입구 안쪽에 설치된 금속탐지기 앞에서 폭발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몸에 폭탄 벨트를 찬 자폭 테러범이 역사 안으로 들어가려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폭발물 탐지를 위한 금속탐지기 앞에서 벨트를 작동시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러시아 국가반테러위원회는 이날 잠정 조사 결과 이번 폭발이 여성 자폭 테러범의 소행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CNN에 밝혔다. 이에 따라 테러 용의자가 이슬람 반군 소속 '블랙 위도우'(검은 과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은 과부'는 러시아 연방 정부의 반군 소탕 작전에서 남편이나 친인척을 잃고 복수 차원에서 자폭 테러를 감행하는 이슬람 여성들을 지칭한다.
실제 볼고그라드에서는 지난 10월 21일에도 '검은 과부'의 자폭 테러가 발생한 바 있다. 승객들이 붐비던 버스 안에서 30세 여성 나이다 아시얄로바가 몸에 차고 있던 폭발물을 터뜨려 7명이 사망하고 40여 명이 부상했다.
CNN은 이번 기차역 폭탄 테러가 6주 앞으로 다가온 소치 올림픽 개최를 방해하기 위해 실행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러시아 연방으로부터 분리·독립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는 체첸, 다게스탄 등의 이슬람 반군은 소치 올림픽의 개최를 방해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선언해왔다. 실제 볼고그라드는 올림픽이 열리는 소치에서 북동쪽으로 약 700㎞, 이슬람 반군의 근거지인 남부 코카서스에서 약 650㎞ 떨어진 인접 지역으로, 특히 볼고그라드 기차역은 매일 3,500여명의 승객이 이동하는 중심역이어서 테러 장소로는 최적일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11월 1일에도 볼고그라드에서 멀지 않은 남부 도시 스타프로폴에서 폭발물 벨트를 차고 있던 30세 여성이 경찰 검문 과정에서 체포되기도 했다.
러시아의 최대 이슬람 반군 지도자인 도쿠 우마로프는 지난 7월 "전력을 다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 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내용의 동영상 호소문을 인터넷에 올린 바 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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