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요양서비스 이용 노인 10명 중 4명은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에겐 신중하게 투여해야 하는 약을 처방 받거나 함께 복용하면 효과가 떨어지는 약을 같이 처방 받는 등 부적정하게 약을 처방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노인 보건의료서비스에 대한 부적정 약물 사용 관련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요양시설 노인 대상 부적정 약물 사용 현황 및 관리 방안 개발'보고서에 따르면 건강보험 등재 의약품 중 미국, 유럽 등에서 사용하는 노인 부적정 처방 약물 분류기준에 속한 약물을 선정ㆍ분석한 결과, 2011년 7~12월 약을 처방 받은 65세 이상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이용자 22만2,694명 가운데 44.1%에 해당하는 9만8,158명이 부적정하게 약을 처방 받았다.
부적정 처방약물이란 노인에게 이상 반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약물로 환자 상태를 고려해 신중하게 투여하되 가급적 처방을 피해야 한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노인에게 부적정한 의약품 목록을 개발, 요양시설과 약국 간 계약을 통해 교육, 관리하고 있다. 노인은 신체기능이 떨어져 약물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여러 질병을 동시에 앓는 경우가 많아 다수 의약품을 동시에 복용하는 '다중약물처방'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분석 결과, 노인들이 처방 받은 부적정처방 약품(서구 국가 기준)은 평균 17.7개였으며 벤조다이아제핀(수면제ㆍ신경안정제)이 28.9%로 가장 많았고 1세대 항히스타민(알레르기 치료제ㆍ26.9%)이 그 뒤를 이었다.
노인 만성변비환자 6만2,722명 중 32.8%가 1세대 항히스타민을 처방 받았다. 만성변비환자에게 1세대 항히스타민 복용은 치료 효과를 떨어뜨리는 데도 만성변비와 알레르기를 동시에 앓는 노인 중 대다수는 이 사실을 모른 채 대체약 대신 1세대 항히스타민을 복용한다는 의미다. 낙상 및 골절 경험자 1,292명 가운데 동시 복용하면 부적절한 벤조다이아제핀을 처방 받은 경우도 31.27%에 달했다.
이용한 의료기관 수가 많을수록 부적정하게 처방 받을 확률도 높았다. 1개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우 부적정처방률은 27.8%인데 반해 5개 이상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우에는 59.9%로 증가했다.
김성옥 건강보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정부가 의약품안심서비스, 중복투약 관리사업 등을 실시해왔으나 노인 보건의료서비스 이용과 관련한 부적정 약물사용을 감소시킬 포괄적 지침이 없는 상태"라며 "우리나라에 적용 가능한 노인 처방 주의약물 품목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