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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여풍 세졌지만 '유리천장' 깨기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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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여풍 세졌지만 '유리천장' 깨기엔 아직…

입력
2013.12.2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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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기업문화가 여전히 유지되는 은행에서 최근 잇따라 여성들이'직장인의 별'이라는 임원에 발탁되고 있다.

이달 들어 기업은행에서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이 나오고, 하나은행에서도 여성 2명이 처음으로 전무로 임명된 데 이어 외환은행에도 여성 임원이 탄생했다. 하지만 금융계에서 여성 임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해, 이번 기회에 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인 '유리 천장'을 깨기 위해 정부가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외환은행은 최동숙(54) 영업지원본부 전무를 신규 선임했다고 밝혔다. 과거 론스타가 대주주이던 시절 외부 인사가 임명된 사례를 제외하면 외환은행 내부 출신으로 여성이 임원 자리에 오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은행은 지난 27일 김덕자(54), 천경미(53) 본부장을 각각 전무로 승진하는 인사를 단행, 하나은행 창립 이래 최초로 여성 임원이 배출되기도 했다.

금융권 여풍(女風)은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올해 상반기부터 불기 시작했다. 수협은행은 4월 첫 여성 부행장으로 강신숙(53) 간암지역금융본부장을 발탁했다. 한국은행도 지난 7월 62년 역사상 첫 여성 임원으로 서경영(50) 금융시장 부장을 부총재보를 선임했다. NH농협은행은 이달 25일 문갑석(53) 삼천포지점장을 수탁업무부장에 임명해 처음으로 본부 부서장에 여성을 발탁했고, 신한은행도 27일 첫 여성임원으로 신순철(53) 부행장보를 선임했다. IBK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된 권선주(57) 신임 행장이 30일 취임하면 국내 최초 여성 은행장도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아직 타 분야에 비해 뒤쳐진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영주 의원 분석 결과, 국내 시중은행 18곳 전체 여성임원 비율은 3.9%(2월말 기준)에 그쳤다. 그마저도 외국계 은행을 제외하면 여성임원 비율은 0.5%로 떨어진다. 올해 새로 임명된 여성 임원을 포함해도 비율이 한 자릿수를 넘지 못한다. 여신전문금융회사(여성 임원 비율 3.6%), 10대 증권사(3.8%), 생명보험사(4.3%), 10대 손해보험사(0.6%) 등 다른 금융권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공기업의 상황은 더 심각해 12곳의 여성 임원은 단 1명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0.8%에 불과해, 전체 공공기관 288곳의 여성 임원 비율 9.1%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권은 기혼여성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 여전히 많아 남성과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하더라도 인사 과정에서 여성이 도태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의 제도적 지원책 없이는 제2의 권선주 행장 탄생은 당분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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