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랑 노는 것도 즐겁지만 이제는 친구들과도 놀고 싶어요."
충남 청양군 대치면 탄정리. 눈 덮인 칠갑산 자락의 작은 마을은 동화 속 마을처럼 아름답고 아늑했다. 마을 안 길을 돌아 자리잡은 허름한 시골집 마당에는 복승호(7)군이 할머니 최도영(75)씨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한참 동안 마당에서 놀던 승호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승호의 표정에 할머니는 "또 나왔구나"라며 손자의 손을 잡고 집안으로 들어가 대변을 처리했다.
승호는 '히르쉬스프룽'병이라는 희귀 질환을 안고 태어났다. 선천적으로 항문이 없는데다 폐색에 의한 장 유착 때문에 승호는 뱃속에 줄을 연결해 용변을 해결해야 한다. 인공적으로 대ㆍ소변을 배출시켜 주지 않으면 한시라도 살수가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매 순간 할머니와 아버지의 보살핌을 받지 않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다. 오랜 투병 생활과 영아 시절부터 이어진 잦은 수술로 또래보다 왜소한 승호의 몸에는 크고 작은 수술 흉터가 가득했다.
승호는 음식을 먹으면 곧이어 용변이 나와 항상 기저귀를 착용하고 지내야 한다. 아직 어린 탓도 있지만 몸 상태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없으면 뒤처리를 할 수 없다.
승호의 복부는 수술로 구멍을 뚫어 대소변 줄을 연결한 부위의 속살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다. 병원에선 지름 5㎝ 크기로 뚫린 복부를 통한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인공 마개를 덮어 놓았다.
매일 10차례 이상 용변 처리를 위해 인공마개를 열고 닫으며 소독을 해야 하는 승호의 모습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힘겨웠다. 승호는 지적장애(2급)까지 있어 학습에도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할머니 최씨는 "승호의 수술 흉터와 몸 안으로 연결된 호스를 볼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며 "수술을 통해 용변이라도 제대로 볼 수 있게 되면 맘껏 뛰어 놀 수 있을 텐데,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승호의 어머니는 승호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혼하며 연락이 끊겼고, 할머니 최씨가 승호의 유일한 친구다. 산골마을에 사는 탓에 또래 친구도 없다.
일곱살 승호의 소원은 학교에서 또래 친구과 즐겁게 뛰어 노는 것이지만 승호는 올해 초등학교 입학을 하지 못했다. 몸 상태가 가장 큰 문제이고, 청양군내 초등학교의 장애인 특수반 교실에 여유가 없는 것도 이유다. 승호는 두 세 살 아래 동생들과 수년 째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초등학교 진학은 수술을 받아 대ㆍ소변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가능하지만 가정 형편상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는 처지다. 승호 집안에는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가 남긴 오두막집과 조그만 논밭이 남아있는데 이 재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서 제외돼 기초치료조차 마음껏 받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 복씨는 "승호가 수술을 받아 학교도 가고 많은 친구를 사귀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며 "수술을 받으면 자신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놀림도 당하지 않고 또래들과 함께 좋아하는 자전거타기와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양=글ㆍ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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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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