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때문에 생긴 병은 귀신을 달래야…”
모녀가 딸의 간질 때문에 찾아왔다. 올봄에 대학 졸업 후 중견기업 입사의 첫 관문인 까다로운 신체검사를 통과할 정도로 건강에 별 문제 없었는데 몇 달 전에 발병해 현재 휴직 상태라고 한다.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으나 발병 빈도가 갈수록 늘어나 얼마 전 퇴원했다며 넋두리를 하는데 둘 다 애처롭다. 엄마는 딸이 병 때문에 청춘의 꽃도 한번 못 피워보고 시들까 걱정이고, 딸은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 복직하지 못할까 좌불안석이다.
“산소를 이장했나요?”
“올봄에 했습니다.”
“산소가 완전히 말랐네.”
“그것 때문에 집안이 뒤숭숭해요.”
“조상이 노했으니 큰 굿을 하면 딸은 치료할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신의 벌전으로 생긴 병이니 신에게 비는 수밖에 없어요.”
코너에서 가끔 소개했지만 귀신 때문에 생긴 병은 귀신을 달래서 치료하는 방법밖에 없다. 문상 갔다가 귀신에 씐 상문살은 병원에서 치료를 할 수가 없다. 반대로 귀신과 관련이 없는 병은 아무리 용한 무당이라도 치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 집의 경우는 노한 조상이 문제이기 때문에 굿을 하면 치료할 자신이 있었다. 내 말에 공감이 갔는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인지 몰라도 목돈이 드는 큰 굿을 흔쾌히 응했다.
굿판이 무르익자 화가 난 조상들은 예상대로 산소 이장과 관련된 불편한 심기를 쏟아냈다. 자손들은 잘못했다며 용서를 빌고 또 빌었다. 굿이 끝나자 마른장마에도 불구하고 산소의 잔디 새싹이 돋아났고, 딸의 간질 증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곧 완쾌되어 회사에 복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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